"원자재 슈퍼사이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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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 패러다임 도래' 관측 줄이어

[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최근 원자재값 급락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원자재의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은 깨졌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원자재가 '하향안정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제원자재가격지수인 로이터-제프리 CRB지수는 283.19로 올 들어 3.8% 하락했다. 곡물, 원유, 에너지, 귀금속 등 21개 상품선물 가격으로 구성된 CRB지수는 국제 원자재 가격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지난해부터 하락곡선을 그려온 원자재값은 올 들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밀 가격은 올 들어 12.92% 급락했다. 설탕(-9.48%), 구리(-8.10%), 니켈(-8.03%), 옥수수(-3.38%), 서부텍사스산원유(-3.38%) 커피(-3.01%) 가격도 같은 기간 크게 하락했다.

최근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서, 원자재가격이 '하향안정화'라는 새 패러다임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경제정보평가기관인 옥스퍼드 애널리티카(Oxford Analytica)는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국제 원자재가격의 하향안정세가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애널리티카는 원자재값 급락 원인을 신흥국의 수요부진에서 찾았다. 지난 2000년대 중반 신흥국들이 주택, 도로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에너지와 철강 등 원자재 소비에 적극 나서면서 그간 원자재값이 크게 뛰었던 데 반해, 지난해 글로벌 경기둔화가 부각되면서 신흥국 원자재 수요개선 기대감이 약화되자, 원자재값은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옥스포드 애널리티카는 "주요 신흥국 경제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지 못한다면, 주요 원자재값의 하향안정세(weak and stable)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제 이 흐름은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종료를 사실상 인정하는 목소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달러화가 추세적 강세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소위 원자재 가격의 '슈퍼사이클'은 막을 내렸다고 판단한다"며 "더욱이 달러화 강세 기조가 더욱 강화될수록 글로벌 자금의 원자재 시장 이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원자재 가격의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원유 재고는 역사적 고점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중국 원유 수입량은 횡보세를 보이고 있어 유가 상승은 앞으로도 쉽지 않다"며 "IMF 등 주요 기관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곧 하향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원유 소비 급증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와 유로화의 약세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원자재의 명목가치를 상승시키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글로벌 원자재 수요의 실질구매력을 하락시키고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경제성장과 물동량 증가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계속 하향되면서 원자재 수요에 대한 전망도 하향되고, 결국 원자재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시장에서 가격 조정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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