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건설사Ⅱ] 해외發 '실적쇼크' 공포…업계 '이중고'
[위기의 건설사Ⅱ] 해외發 '실적쇼크' 공포…업계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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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확장·저가수주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1. 2012년 해외수주액 4위의 GS건설이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13.5% 하락한 1조8239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2. 2012년 해외수주액 2위를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16일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5.5% 감소한 2조5159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건설업계가 해외시장發 '실적 쇼크' 공포에 빠졌다. GS건설과 삼성ENG 모두 해외프로젝트의 원가율 악화가 적자전환의 원인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1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들 업체를 비롯한 8개 상장 건설사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977억원으로 전년동기(7987억원)대비 752.% 줄어들었다. 8개 건설사 가운데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늘어난 곳은 3곳뿐이다.

1분기 영업익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이 각각 1330억원, 1817억원, 1065억원으로 각각 41.92%, 23.97%, 12.4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과 두산건설, 대우건설은 같은 기간 각각 29.96%, 20.23%, 10.72% 줄어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와 해외시장 수익성 악화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해외시장의 경우 국토교통부 등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건설사별로 해외플랜트 등 신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건설사들이 앞 다퉈 해외수주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저가수주 경쟁 심화로 이어져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너도나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다보니 발주물량은 줄어들었고 경쟁은 심화됐다"며 "건설사들이 돈이 안 되더라도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해외공사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와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해외수주금액은 2005년 108억달러에서 지난해 648억달러로 7년 만에 6배로 불어났다. 올 들어서도 2월까지 67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수주한 해외공사가 국내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따낸 것인 만큼 '제 살 깎아먹기식' 덤핑수주일 경우 수익성 악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일부 업체의 경우 사업 실적을 위한 '따고 보자식'의 '묻지마 수주'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수익성 악화 논란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수주를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대우건설이 3555억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살만베이 주택공사 계약을 해지했다. 중견건설사인 이테크건설도 지난달 2912억원 규모의 베트남 탕롱 시멘트 공사 계약을 취소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영업 목표를 달성했던 것이 결국 지금의 실적 악화로 돌아온 것"이라며 "해외수주액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지나친 수주 경쟁에 따른 덤핑수주로 수익성이 확보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건설업계에서는 실적부진과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는 5~6개 중견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물망에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과거 구조조정 경험이 있는 1~2개 건설사는 최근 자금난에 빠져 다시 구조조정의 길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건설사는 해외에서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으나 미분양 등으로 재무상황이 악화돼 지난해 말부터 2~3개월가량 직원들 월급이 밀리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2012년 회계연도 사업보고서를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를 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험은 4~5월 중에 커질 수 있다"며 "추가 구조조정 대상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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