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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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최근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선임을 계기로 금융권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재현될 조짐이다. 박근혜 정부가 MB정부 시절 '4대천왕'을 비판하며 낙하산 논란을 근절시키겠다는 의중을 밝혔지만 상황은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노조의 태도다. 통상적인 노동조합의 경우 '관치(官治)'의 폐해를 내세워 낙하산인사를 반대한다. 하지만 반대로 관치는 거부하면서도 '힘 센' 낙하산 인사는 환영하는 사례도 목격된다. 

대표적인 곳이 KDB금융이다. 주요 자회사인 산업은행 노조는 최근 선임된 홍기택 회장을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수 출신으로 큰 조직을 이끌어본 경험이 미천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산은 노조는 전임 강만수 회장 취임 당시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강 회장이 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데다 MB정부의 최대 실세라는 점이 작용했다.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외압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다.

기자가 만난 산은 직원은 "산은의 경우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 등과의 관계도 있는데 교수 출신인 홍 회장의 네트워크가 워낙 약해 향후 애로사항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전문성 부족은 명분이고 전임 회장보다 '중량감'이 덜하다는 게 노조가 반대하는 주된 근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실 홍 회장의 경우 과거 삼성카드를 비롯해 NH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을 거쳐 전문성이 완전히 떨어진다고는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KDB금융 뿐만이 아니다. 아예 '힘센' 낙하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 노조는 김봉수 이사장의 임기가 8개월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낙하산 인사'를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업계 주요 인사가 하마평에 오르자 '설마'하는 조급함 탓이다.

물론 이들이 '힘센 낙하산'을 원하는 것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힘 있는 인사가 CEO로 오게되면 그만큼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KDB금융이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된 것도 강 회장 덕이라는 시각이 많다. 반대로 한국거래소의 경우 김봉수 이사장이 민간출신이기 때문에 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되지 못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이 관치는 물론 CEO 인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조까지 나서 힘 센 낙하산 인사를 요구하는 것은 생각해볼 일이다. 정권이 바뀌거나 CEO의 임기가 끝날 때마다 정부 압력에 시달리고 결국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조직불안으로 이어지며 중장기 경영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가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안팎으로 사퇴압력에 시달리며 CEO가 울며겨자먹기로 내쫓기고 있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와 달리 내부 출신이 첫 CEO로 선임돼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 국책은행이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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