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영진 연봉공개,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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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25% 공시 대상서 '제외'
"실효성 위해 적용 기준 확대해야"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정치권이 대기업 기업 임원들에 대한 연봉공개를 추진하는 가운데 그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연봉 5억원 이상인 등기이사와 감사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는 내용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사업보고서부터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재벌총수일가와 경영진들의 개별연봉이 공개되는 것이다.

박민식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은 "임원 보수에 대한 주주의 통제권 강화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주주의 감시와 통제를 통해 임원의 경영성과에 따른 정확한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차원"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예외 대상도 적지 않아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총수 1/4 '제외'…총수家 등기이사 비율 11.6%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재벌총수들의 개별 연봉부터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0대 재벌 총수 가운데 상장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등재돼 개정안 통과 시 개별 연봉을 공개해야하는 총수들은 38명으로 12명은 제외된다.

우선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 제외되고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 등도 미등기인 까닭에 공개 대상이 아니다.

이밖에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 윤세영 태영그룹 회장 등도 임원이 아니거나 비상장계열사인 탓에 개별연봉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50명의 총수 중 4분의 1인 12명이 공개대상에서 빠지는 것이다. 재벌 총수를 포함한 총수일가의 등기임원 현황을 보더라도 공개대상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공개한 '2012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38곳 중 총수와 친족을 포함한 총수일가가 상장계열사(218개)에 이사로 등재한 비중은 11.6%에 불과했다.

삼성그룹만 보더라도 이재용 부회장부터 등기임원이 아닌 상황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만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있다.

또한 최근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신세계와 이마트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재벌 총수일가의 상장사 등기이사 등재 기피만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 "미등기임원도 포함"…5원도 하향조정

이처럼 재벌 총수의 연봉 공개부터 제한적이며 나아가 총수일가의 이사등재 회피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법 적용기준을 손봐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개별 임원 보수 공시의 목적이 임원별 보수의 순위를 매기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임원의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수가 책정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고 임원의 유인구조를 회사 전체의 이익과 일치시키기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적용대상을 등기임원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등기임원 전원과 비록 등기임원은 아니더라도, 예컨대 회사 내의 최고 보수 수령자 5인에 대하여 의무적으로 공시하게 함으로써 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등기와 미등기 임원의 구분 없이 최고 보수를 받는 5인에 대해 연봉을 개별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1억엔(12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임원의 경우 연봉을 개별적으로 공시하고, 영국은 모든 이사의 연봉을 공개하고 있다.

5억원 이상 연봉자로 한정한 것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 측은 "현재 등기임원 중 연간 보수액이 5억 원을 넘는 경우는 대기업 중 극히 일부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또한 지배구조 문제는 연간 5억 원 이상의 보수를 줄 수 있는 초대형 회사만이 아니라 그 아래의 대형·중견회사에서 오히려 더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은 그 적용범위가 극히 제한됨으로써 당초 입법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단순히 임원의 보수를 5억 원 아래로 끌어내리는 효과만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50대 재벌그릅 중 지주회사나 주력 계열사가 상장사인 45곳 중 등기이사 1인당 평균연봉이 5억원을 넘는 곳은 32곳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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