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과 증권, 힘의 불균형
<기자수첩> 은행과 증권, 힘의 불균형
  • 전병윤
  • 승인 2005.07.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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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과 증권사가 연계계좌 수수료를 협상하기 위해 논의를 하는 일련의 과정이 두 금융업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의 정도를 극명히 대조시키고 있다.

국민은행이 증권 연계계좌를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연간 50억원이었다. 국민은행 입장에서는 전체 수익에 극히 미미한 실적이겠지만 개별 증권사, 특히 온라인 증권사들은 큰 부담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새로운 수수료율 방식이 자칫 증권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경우 증권사로서는 타격을 입게 되므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협상에서 국민은행은 팀에서 주도한 반면 일부 증권사는 전사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초기에 증권사가 이러한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 은행과 감독원을 설득해 추진하면서 결과적으로 은행에게는 부가적 수익이 발생한 것이지만 증권사는 비용을 지출하고 매매를 발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고객이 늘어나야 비로소 수익이 난다”며 “이러한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데도 협상의 주도는 은행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은행의 방대한 지점망과 고객을 활용해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더욱 은행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협상 자체가 이미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행히도 국민은행측이 “수익구조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사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정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된 발단은 금감원에게 있다. 금감원은 지난 4월 증권업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증권사 수익에 연동해서 지급하는 행위는 증권업을 허가받지 않은 곳이 간접적으로 증권업을 영위한다고 보고 이를 금지시켰다. 따라서 증권사가 은행과의 연계계좌 서비스를 하면서 약정금액의 10%를 지급하던 계좌유지수수료를 줄 수 없게 되자 이를 대신할 징수 방법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은행과 증권업계는 증권사 수익에 연동해서 지급하는 행위 자체가 증권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은행이 연계계좌 서비스를 하는 행위는 단순한 대행 업무 수준일 뿐 약정금액에 연동해서 지급하는 계좌유지수수료로 인해 증권업을 영위한다고 보는 시각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금감원의 입장에서는 은행직원에게 약정금액의 10%가 수입으로 생기기 때문에 자신이 개설한 계좌 고객에게 주식거래를 독려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일견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

이번 수수료 협상을 진행하면서 증권사들은 은행이라는 협상주체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은행의 힘(?)을 빌어 증권계좌 증대를 꾀하는 입장에서 수수료 지급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계좌유지수수료였는데 금감원이 이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일이 복잡해졌다는 불만이 깔려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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