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년 연속 '金' 수출이 수입 앞질러…흑자 기록
한국, 5년 연속 '金' 수출이 수입 앞질러…흑자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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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자산 선호 기류로 국제 금 수요 증가해 가공무역 활발

우리나라가 `금(金) 수출국'으로 확고한 자리를 굳히고 있다. 국내 생산량이 미미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12일 한국은행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非)화폐용 금'의 상품수지는 15억8천9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5년 내리 흑자다.

비화폐용 금이란 한은의 외화보유액 물량을 제외하고 투자용으로 확보하거나 전자제품·귀금속 등을 만드는 데 쓰이는 금을 말한다. 쉽게 말해 민간 부문에서 유통되는 금이다.

우리나라의 금 수지는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수입량이 수출량을 압도하며 매년 적자였다. 외환위기 때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선 1998년(23억8천490억 달러 흑자)과 2006년(3천510억 달러 흑자)에 예외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금 수지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흑자(3천160만 달러)로 전환했다. 이듬해인 2009년엔 흑자규모가 16억7천750억 달러로 불어났고, 2010년(14억340억 달러), 2011년(14억9천790억 달러)에도 계속해서 수출이 수입을 능가했다.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금 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전 세계 시장의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불안한 만큼 '안전자산'으로 평가받는 금에 대한 국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한은 국제수지팀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금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수출액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총 43t의 금을 수출하고 13t을 수입했다. 수출량 중 대부분(27t)은 금 거래가 활발한 홍콩으로 갔다.

우리나라의 한 해 금 생산량은 100~200kg 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많은 43t의 금을 수출했다는 것은 금을 수입한 뒤 가공해 다시 국외에 팔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수출량과 수입량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오랫동안 장롱 속에 묻혀있던 민간의 금이 시장으로 나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국순금유통협회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예물 등으로도 과거처럼 금을 선호하지 않는데다 2008년부터 금은방이 개인으로부터 고금(古金)을 취득할 때 약 3%의 세액환급을 해주며 가계의 금이 수입량을 상당 부분 대체했다"고 말했다.

금 수지 흑자는 반길 일이지만 가계의 금 보유가 줄어드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외환위기 때 국민이 금을 모아 대응했던 것처럼 금이란 결국 가계·국가 경제의 비상용 자산인데, 이를 팔아서 자꾸 현금화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한은은 외화보유액에서 금의 비중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한은은 현재 104.4t의 금을 갖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책임연구원은 "최근엔 외화보유액이 크게 늘었고 통화스와프 등도 있기 때문에 외환위기 때처럼 가계의 금 보유가 절실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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