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은 총재의 '不通'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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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중앙은행은 시장과 60~70% 정도의 선에서만 같이 가면된다. 100% 같이 간다면 개가 자기 꼬리를 물고 빙빙 도는 것 밖에는 안된다. 중앙은행은 시장의 트레이더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김중수 한은 총재)

"김 총재가 시장과의 소통 부재로 비판을 받고 있고 총재 멘트에 대한 시장 반응 정도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같은 발언은 김 총재의 불통 이미지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국내 시장에서조차 약발이 떨어지는 그의 발언에 국제사회에서는 얼마나 귀 기울이겠나" (한 외환시장 관계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와 시장 참가자들의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은은 일정부분 시장과 거리를 둬야한다는 김 총재의 발언은 원칙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지만 시장이 받아들이는 늬앙스는 그 이상인 듯 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김중수 총재와 시장은 암묵적인 신경전을 벌여왔다.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싸고 번번이 엇박자를 내 온 것.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해 왔다. 

이같은 김 총재의 행보는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천명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외신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부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간다면 효과적"이라고 언급한 이후 금통위와 각종 세미나 등에 참석할 때마다 정책 공조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례적으로 민간 경제학회 세미나에 참석해 "경제 성장 회복을 위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이후, 일주일도 안돼 국회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시장에서는 곧바로 중기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방침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이에 일각에선 김 총재가 임기 만료(2014년 4월)를 앞두고 정부와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는 비판도 적잖이 나온다.

물론 경제위기 상황 하에서는 정부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이 '물가안정'에 이어 '금융안정'이라는 책무를 부여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김 총재의 최근 행보는 자칫 '시장과는 거리를 두되 정부와는 가깝게 지내겠다'는 의미로 읽힐 소지가 크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 상황이 통화정책까지 동원해야할 정도의 '위기상황'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과의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는 결국 통화정책의 '무게감'만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총재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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