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정년연장 압박에 인사적체·채용축소 '우려'
은행들, 정년연장 압박에 인사적체·채용축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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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와 정책보조…"비용확대 등 경영에 부담"

[서울파이낸스 채선희 문지훈기자] 은행권에 정년 연장 바람이 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근로자 정년을 연장하겠다고 밝힌데다 최근 SC은행이 정년을 62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무리한 정년 연장은 인력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든 은행권의 신규채용 축소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근로자의 정년 규정을 만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한 데 따라 은행권도 정년 연장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정년은 55 ~ 58세 가량이다.

현재 전국 금융산업노동조합(금산노조)은 은행권의 정년을 현재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는 60세에서 62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은행들도 정년 연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임단협(임금단체협상)을 통해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다만, 금산노조와 사용자측의 협의가 마무리 된 상황이 아니어서 결과를 보고 논의를 진전시킨다는 입장이다. 

SC은행은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현재 58세인 정년을 62세로 연장하는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키로 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추진하는 정년 연장보다 2년을 더 늘린 수준이다.

부장 또는 팀장급 이상 직원이 58세가 되면 정년 연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실적에 따라 급여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SC은행의 이같은 결정은 조직 내 성과주의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는 기존 임금피크제(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 삭감 대신 정년을 보장받는 제도)와는 달라 재정 부담 가중 우려가 있는데다, 스마트 뱅킹 활성화 등으로 인력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어드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 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SC은행의 경우 대내외 여건에 따른 영업환경 악화,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대졸 이상 정규 공채를 지난 2011년 이후 중단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리한 정년 연장 시도는 신입 행원 채용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요즘같은 100세시대에 퇴직 이후를 생각해본다면 다행인 결정"이라면서도 은행 입장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년이 연장될수록 명예퇴직 대상자나 퇴직금 규모가 늘어나는 등 각종 비용 증가 문제는 경영에 부담이 되는 데다 승진 적체 현상도 심화될 수 있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누적될 경우 신규 채용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화기기(ATM)를 비롯해 인터넷뱅킹, 스마트폰뱅킹 등에 대한 이용률이 증가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추세인 것도 정년 연장의 부담 요인 중 하나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비대면 채널이 갈수록 활성화되면서 인력충원에 대한 필요성이 과거보다 축소되는 추세"라며 "정년 연장으로 인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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