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외국계은행 고배당 '제동'…새정부와 발 맞추기?
당국, 외국계은행 고배당 '제동'…새정부와 발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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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씨티은행 등 배당 축소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금융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 행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그간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를 부담스러워했던 만큼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발맞추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은행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9월 실시한 중간배당 1000억원 외에 연말배당금  1000억원을 추가로 결정했다. 당초 SC은행은 2000억원을 배당할 계획이었으나 고배당에 대한 비난여론과 당국의 압박에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금융당국은 자본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SC은행 관계자를 수 차례 불러 배당액 축소를 지도했다. 그러나 SC은행 관계자는 "당행의 BIS비율은 15% 이상이고 재무건전성에 문제 있을 정도의 배당 수준은 아니다"며 "국내 정서상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SC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4300억원의 46%인 총 2000억원을 배당하게 됐으며 이는 지난 2010년, 2011년과 같은 수준이다. 2009년 배당액은 2500억원에 달했다. 이번 배당금은 한국 SC금융지주에 모두 지급되나 이중 700억원은 영국 본사에 지급될 예정이다.

씨티은행 역시 당국의 자제요청과 비난여론에 밀려 2011년의 중간 배당액 1300억원보다 500억원 줄인 800억원 규모를 지난해 배당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씨티은행의 순익이 2000억원 수준으로 전년의 4600여억원에 비해 급감한 점이 고려됐다.

올해 외국계 은행들은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무리한 고배당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드라이브를 본격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고배당으로 '먹튀' 의혹을 받고 있는 외국계 은행이 정부 출범 초부터 논란을 일으켜 눈 밖에 날 이유는 없다는 배경에서다.

특히 당국도 향후 외국계 은행들의 고배당에 대해 주의깊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선 그간 외국계 금융기관 규제에 소극적이었던 당국이 새 정부와 발을 맞추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당국은 시중은행에 비해 외국계 은행에는 관대하다고 비칠 정도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며 "외국계은행에 대한 과한 제재는 외국 자본에 대한 국내 금융권의 규제로 비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한 당국자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배당 자제 문제를 정치적 성향으로 풀지 말아달라"며 "최근 저성장·저금리 기조 등으로 업황이 어려워질 것이 예상됨에 따라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유보를 더 늘려야 한다는 맥락에서 고배당 자제 문제를 전보다 좀 더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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