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기아차의 '수상한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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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현대·기아자동차의 '수상한 성적표'가 재차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외에서 권위를 인정받는 각종 자동차 평가 결과를 임의로 해석해 왜곡, 발표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4일 미국 JD파워는 '2013년 차량 내구품질조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현대·기아차는 보도자료를 통해 JD파워 조사 결과 쏘나타가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브랜드별로는 기아차와 현대차가 각각 13위와 14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기아차 측이 발표한 브랜드별 순위는 JD파워가 발표한 순위와 일치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32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 기아차는 21위, 현대차는 22위로 업계 평균을 나란히 밑돌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 측이 밝힌 13위와 14위라는 순위는 어떻게 나온 결과였을까?

비밀은 현대·기아차가 자사에 유리한 기준으로 순위를 임의 재구성 한 데 있었다. 보도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회사 측은 '일반 브랜드 기준'이라는 단서를 달아놨다. 일명 '고급차 브랜드'라고 불리는 곳들은 모조리 배제한 순위다. 결국 JD파워 조사에서 1위였던 렉서스를 비롯한 '성적 우수' 브랜드들은 모두 장외로 빠진 셈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일반 브랜드 기준'이라고 명시한 만큼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해(?)의 소지는 더욱 커진다. 

이같은 행태가 민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라인업에 공을 들이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정작 글로벌 시장에서 진검승부 해야 할 '우등생'들은 열외로 놓고 고만고만한 브랜드들 사이에서 비교우위를 내세우며 스스로 '일반 브랜드'임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더군다나 회사 측이 명시한대로 '일반 브랜드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봐도 상위권과는 거리가 먼 10위권 밖에 머물며 체면치레도 못했다.

사실 이같은 현대·기아차의 왜곡 발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JD파워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자사 임의 기준으로 순위를 매겨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브랜드별 내구품질 평가에서 실제로는 10위를 차지했지만, 자사 보도자료를 통해 "일반 브랜드 기준으로 3위에 올랐다"고 홍보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는 지난해 2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현대차 '쏘나타'를 중형차 부문 '최고의 차량'에 선정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실제 선정된 '최고의 중형차'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였던 것으로 드러난 적도 있다. 캠리 하이브리드를 대체할 '저렴한 중형차(Affordable Family Sedan)' 중에서 차선책으로 선정된 것을 마치 전체 중형차 중 최고의 차로 뽑힌 것처럼 해석해 놓은 것이다.

이 정도면 현대·기아차의 왜곡 보도는 '습관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꼼수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나란히 서는 당당함을 통해 신뢰회복에 나서야 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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