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리보드, '낙동강 오리알'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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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한수연기자] "코넥스요? 프리보드처럼 (운영)될 바에야…"

얼마 전 만난 한 프리보드 상장기업 관계자는 코넥스(KONEX) 얘기를 꺼내기가 무섭게 푸념부터 늘어놨다.

사실 무리도 아니다. 개설 첫 해 일평균 6억7000만원, 연간 1226억 원의 거래규모에 134개의 상장사를 거느렸던 프리보드는 지난 7년6개월 새 일평균 거래대금 1억 원 미만, 53개 상장사의 소시장(小市場)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프리보드 운영 측인 금융투자협회의 개선 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1년 전 금투협 조직개편에서 프리보드부는 '프리보드실'로 축소됐고, 한 때 금투협이 분기별로 1회 이상 개최했던 프리보드 기업설명회는 작년 6월 이후 전무한 상태다.

여기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코넥스 개설이 가시화되자 프리보드는 존립 이유마저 상실한 모습이다.

설립 목적이 '중소기업 자금조달 활성화'로 같을 뿐더러 매매방식이나 거래세 측면에서는 외려 코넥스가 프리보드보다 낫다라는 게 주된 평가이기 때문이다. 코넥스 개설은 곧 프리보드의 사멸이라는 말이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를 의식한 듯, 박종수 금투협회장은 지난 5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 주요 사업으로 비상장주식(OTC) 시장 개설을 언급했다. OTC가 새로운 장외시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 장외시장인 프리보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것을 운영 측인 금투협도 인정한 셈이다.

정부개편이 한창인 요즘,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새 부대'에 담긴다고 해서 '고여 썩은 술'이 '새 술'이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코넥스와 OTC 같은 제3, 제4시장이 열린들, 충분한 수요기반 없이는 프리보드의 재판이 될 수밖에 없다.

프리보드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야 중기 자금조달이라는 본래 목적도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프리보드를 '낙동강 오리알' 쯤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실패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자기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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