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P-CBO 지원 확대…중소형사 역차별 '논란'
건설사 P-CBO 지원 확대…중소형사 역차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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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건설사 자금난 '숨통'…"덩치 큰 업체만 수혜볼 것"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 최근 신용등급 AA의 GS건설은 3년 만기 회사채 3200억원을 금리 3.54%, 5년 만기물 600억원을 이자율 3.70%에 발행하는 조건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미달됐다. 결국 주관사 총액인수의 도움을 받아 38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정부가 이처럼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까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 지원이 대형사들로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A 이하 대형건설사 자금조달 '숨통'
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건설사 P-CBO 발행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에서 재계순위 1~10위를 제외한 대기업 계열 건설사로 확대키로 했다. 침체된 건설업황과 양극화된 회사채시장 상황 때문에 대형 건설사들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자 금융당국이 유동성 지원에 나선 것이다.

P-CBO는 단독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몇몇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묶은 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통해 신용을 보강한 유동화증권이다. 다양한 기업의 회사채를 기초로 유동화증권을 만든 데다 보증이 붙기 때문에 투자위험을 분산하는 효과가 있어 건설사 채권을 꺼리는 투자자들도 P-CBO에는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내달부터 대형건설사들도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P-CBO를 발행할 수 있게 돼 그동안 회사채 발행이 막혔던 A등급 이하 대형건설사들도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이게 될 전망이다.

이세훈 금융위 산업금융과장은 "최근 회사채시장 상황은 다소 좋아졌지만 P-CBO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기업 계열 건설사, 특히 신용등급 A인 업체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번 지원대상 확대에 따라 약 30곳의 건설사들이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수혜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30위권의 신용등급 A~BBB 수준의 중견 및 대형건설사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의 경우 앞으로 채권 발행의 걸림돌이 사라지게 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상환 압박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위기를 사전에 피할 수 있을 전망이다.

주요 수혜기업은 두산건설(BBB+)과 동부건설(BBB), STX건설(단기 B+), 코오롱글로벌(BBB), KCC건설(A), 태영건설(A), 현대산업개발(A+), 대우건설(A+) 등이 거론되고 있다.

◇ 중소·중견건설사는 외면?
문제는 상대적으로 자금난이 더욱 심각한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BO 발행 대상기업이 늘어났지만 실제 채권발행은 대형사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오히려 중소·중견건설사에 대한 P-CBO 발생이 더 위축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또한 P-CBO 발행이 실제 자금지원 효과로 이어질지도 의문이다. 최종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사가 발행한 회사채의 경우 'AA-' 등급까지는 그나마 거래가 되지만 그 밑으로는 거의 매매가 안 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채권 금리가 낮을 때 굳이 업황이 좋지 않은 건설사 회사채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10년 8월 정부가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 발표를 하면서 당시 총 3조원 규모의 건설사 P-CBO가 도입됐다. 이어 지난해 8월 건설업 금융지원 강화방안에 따라 P-CBO 발행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당시 중소·중견기업을 중점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이후 P-CBO 발행실적은 6000억원에 그치는 등 당초 예상과 달리 부진했다. 건설경기 부진은 더욱 악화됐고 같은 해 9월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의 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건설업종 회사채 발행은 극도로 위축됐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번 조치는 덩치 큰 건설사를 살리겠다는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깔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실제 P-CBO 발행대상을 늘려도 신용등급 BBB 이하 건설사는 정부가 인정해주는 '채권 돌려막기' 수혜를 사실상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치는 발행 준비기간을 감안, 내달 발행분부터 적용된다. 1월 말 현재 건설사 P-CBO는 719개 업체에서 총 2조원가량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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