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뒷맛 씁쓸한 삼성家의 유산다툼
[기자수첩] 뒷맛 씁쓸한 삼성家의 유산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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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선대 회장의 유지 중에는 일가가 화합해서 화목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뜻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일 삼성가의 상속소송 선고에 앞서 서창원 서울지방법원 판사는 이처럼 말했다. 故 이병철 선대 회장의 뜻일 리 없는 장남 이맹희씨와 동생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간의 재산다툼에 대한 짧지만 강한 소회다.

선고 이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역시 "이번 판결로 두 집안이 화목해지기를 바란다"며 두 형제간의 화해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 법정싸움은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된 모습이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재판 결과에 대한 문제제기 차원은 아니다.

다른 기업도 아닌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이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재판과정 내내 난감했을 법원과 삼성가 역시 속앓이를 했을테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역시 더이상 시끄럽지 않기를 바랬을 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법정싸움은 무려 4조원이 넘는 소송가액과, 삼성-CJ그룹간 감정싸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등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전파를 탔다.

무엇보다 국민들로서는 삼성가의 이번 법정싸움을 통해 '삼성특검'이라는 불편한 기억을 다시금 상기시켜야 했다. 지난 2007년 삼성그룹 기업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삼성특검'은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줬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갖고 있던 차명주식이 선대 회장에게 물려받은 상속재산이라고 말을 바꾸며 비자금 의혹은 비껴갔지만, 결국 이번 소송을 부르며 유산다툼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이맹희씨 측도 당시 특검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4조5368억원이라고 주장하며 법리다툼을 벌였다.

이맹희씨 측은 이러한 차명주식이 이병철 선대 회장이 상속한 재산과 동일하고 이를 알게 된 시점이 특검 수사 결과 발표 이후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이건희 회장 측은 차명주식과 이건희 회장이 물려받은 상속재산이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고 상속재산 인지 시점도 재산분할 당시이기에 법률 행사 기간도 지났다며 맞섰다.

결국 법원은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양측이 얻은 것이라고는 회복 불가능해보이는 형제간의 깊은 갈등만 재확인했다. 또 삼성으로서는 특검 이후 떠안게 된 '불법과 탈법' 이미지에 이어 낯뜨거운 형제간 재산다툼이라는 불명예스런 가족사까지 짊어져야 할 형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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