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험정보원?…"소비자가 안중에 있었나?"
[기자수첩] 보험정보원?…"소비자가 안중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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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최근 보험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른 것이 보험정보원 설립이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과 보험개발원, 생·손보업계는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세미나가 금융사무노동조합원들의 시위를 시작으로 '개판'이 되면서 이슈로 떠올랐고, 업계 및 언론에서는 소비자는 뒷전인 보험정보 일원화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맞는 말이다. 애초부터 이번 일에 있어서 소비자를 위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손보협회가 고객정보를 집적하겠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손보협회는 실손보험 중복보장을 줄이기 위해 전산기획팀을 신설하고 '실손보험 통합조회시스템'을 운영하는데 이어, 자동차보험 계약정보를 모으기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다.

작년 보험개발원이 협회가 고객의 정보를 집적하는 것이 타당하냐며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보험정보 관리 및 집적은 보험개발원의 주업무인데, 업계를 대변하는 손보협회가 개인정보를 집적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것.

업계는 "이미 보험개발원에 알렸던 사안"이라며 "당시엔 아무말도 없더니, 이제와서 왜 들쑤시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손보업계는 협회가 정보를 집적하겠다는 데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개발원은 요율산출기관이지, 정보집적기관이 아니라는 것.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상품개발 등 작업에 정보가 필요할 때 개발원에 요청하는데, 제때 받은 적이 없다"며 "고객정보로 '갑'의 위치에 서려는 것을 이젠 용납할 수 없어 협회서 집적하기로 결정한 것"이고 말했다.

이에 중재에 나선 금융위원회는 개발원의 손을 들어주자,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지난 21일 세미나에서 폭발한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험정보에 대한 갈등은 당국, 기관, 업계 각각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것이지, 애초부터 소비자를 위한 것은 없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세미나에서도 각각의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도 그 이유다.

현재는 업계의 강한 반발과 함께 정치권에서도 나서자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난 모양새다. 29일 이병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올해 목표는 또다시 금융소비자 보호다. 업계도 소비자 보호를 통한 이미지 제고가 중요 목표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이슈에 대해 소비자들은 업계 및 당국의 입장에 대한 들러리에 불과했다. 현재 다시 의견수렴부터 시작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가는 만큼 업계와 당국은 '어떤 결정이 소비자들에게 더 유익할 것이냐'를 두고 진정으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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