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가 투기자본 앞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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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투기자본 앞잡이 부문에서 투표 1위를 한 김석동 위원장이 와서 상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 사무처장이 공로패 수여식을 마치고 한 말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 22일 투기자본의 먹튀를 감시하고 저항한 개인 및 단체 등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는데, 이 자리에서 홍 처장은 잘했다고 칭찬 받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잘못했다고 지적받은 사람들의 각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해 12월 인터넷을 통해 투기자본 앞잡이와 투기자본의 먹튀를 감시하고 저항한 개인 및 단체를 선정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여기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금융위원회는 투표 참여자 1048명 중 각각 250표와 343표를 얻어 1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지난 2011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 금융위는 2010년 1위, 2011년 2위에에서 지난해 1위까지 3년 연속 상위권에 올랐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같은 불명예(?)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 사실이다. 금융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공공의 적'으로 인식하는 대상이 금융당국이며 그 수장이 김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으로서는 금융사고 발생시 선별적 보상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혜택을 못받거나 예전보다 상황이 나빠지는 사람도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함도 있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론스타 사태, 저축은행 퇴출, KIKO 피해, LIG CP사태 등 굵직한 금융소비자 피해사건들이 많았다는 점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을 터다.

그렇다고 해도 1000여명의 금융피해자 중 25~35%가 금융피해의 원인을 금융위와 김 위원장을 지목했다는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금융위가 피해자들의 구제를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에서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올초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금융기반을 더욱 단단히 구축함으로써 장기적으로 금융의 신뢰를 확보하고 건전성을 제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객의 신뢰가 없는 금융사에는 미래가 없듯 금융소비자가 없는 금융당국도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다. 신년사처럼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에 더욱 노력해 올해에는 금융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는 영예를 안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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