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했던 은행권, 2012년 주요 이슈는?
'다사다난' 했던 은행권, 2012년 주요 이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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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 서미선기자] 2012년 국내 은행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냈다. 대외적으로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고, 대내적으로 하우스푸어 논란으로 자산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바젤Ⅲ 도입이 발등에 불로 떨어져 건전성 강화에도 힘써야 했다.

올 초 하나금융의 외환은행을 인수로 시장재편이 이뤄졌지만 나머지 은행들의 인수합병(M&A)은 대부분 백지화되기도 했으며, 18대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도덕적 해이 논란은 은행권에 대한 신뢰를 크게 훼손하기도 했다. 

◇시중은행들, CD금리 담합 의혹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은행(9개)과 증권사(10개)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에 대한 담합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은행권 안팎에서는 금리조작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천문학적 규모의 소송이 불가피하고 내야할 과징금만도 수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은행권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했다.

또 CD금리의 담합 장소로 은행 실무자들의 정기 모임인 '자금부장 회의'가 지목되기도 했으며,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를 노리고 자진신고한 금융회사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담합 여부 확인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금리담합 논란은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는 모습이다. 

이후 금융당국은 CD금리를 대체할 지표로 단기 코픽스를 선정해 지난 12월20일 첫 공시했다.

◇은행권, 도덕적 해이 '도마 위'

지난 9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와 함께 금융자본 탐욕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도덕적 해이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려웠다. 은행권 CD금리 조작 의혹에 이어 국민은행의 대출서류 조작 파문, 신한은행의 '학력차별 대출금리'  논란 등이 잇따라 불거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부당한 키코 계약으로 기업들이 피해를 봤다며 시중은행 3곳에게 손실액의 최고 70%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이후 은행들은 금융소비자보호와 서민금융 강화를 내세우는 등 신뢰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오는 2013년 2월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금융 약자 구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서민금융 확대 요구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희비 엇갈린 금융권 M&A

올해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외에 눈에 띄는 M&A는 없었다.

지난 2010년 11월 론스타에게 외환은행 지분 51.02%를 인수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서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받았다. 이를 통해 하나금융은 '자산 300조원 클럽'인 KB·우리·신한금융에 이어 4대 금융지주 입지를 확고히 했다.

반면 KB금융지주의 경우 정부 소유의 우리금융지주에 이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마저 이사회의 반대로 고배를 마셔야 했다. KDB산업은행은 소매금융 확대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HSBC 서울지점 인수를 추진했지만 지난 8월 조건이 맞지 않아 결국 철회했다.

◇'5대 지주' 농협금융 출범

지난 3월 농협중앙회는 사업구조개편을 통해 '1중앙회 2지주회사' 체제로 새롭게 출범했다. 이로써 농협금융은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 240조원으로 우리금융 372조원, 하나금융(366조원), KB금융(363조원), 신한지주(337조원)에 이어 5대 금융지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의 첫 해 성적표는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연간 순익목표를 1조128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지난 3~9월 당기순익 3611억원을 기록해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농협은 출범 초기 조직안정을 우선과제로 내세웠으나 신충식 초대 농협금융 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노조 총파업 결의 등으로 조직 안팎이 뒤숭숭했다.

◇우리·KDB금융 민영화 '난항'

우리금융지주와 KDB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은 올해에도 난항을 거듭했다. 특히 우리금융의 민영화는 올해로 3년 연속 무산됐다. 유력한 인수 후보였던 KB금융이 인수전에서 빠지고, 사모펀드(PEF)들도 인수 의사를 접었다. 때문에 금융권 및 정계에서는 분할매각 등 우리금융 민영화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B금융은 KDB산업은행 기업공개(IPO)를 연내 성사시키려 했으나 야당 반발 등으로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며 '박근혜 정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민영화를 위해 지난 2009년 개정된 산업은행법은 기업공개 시점에 외화표시채무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계부채·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책 모색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937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자영업자 등의 부채까지 합하면 10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지만 문제는 저신용, 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부채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제도를 확대 적용해 시행했다.

또한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수많은 '푸어'들이 생겨났다.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속되면서 깡통주택이 생겨나고 전셋값이 치솟자 대출금을 갚지 못한 서민들은 속속 하우스푸어(집을 보유했으나 이자 부담 등으로 빈곤한 사람)로 전락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관련 대책(우리은행 '신탁후임대' 등)을 내놨지만 실효성 측면에서는 기대이하라는 평가다.

반면 올해 첫 시도된 '적격대출'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4% 초반대의 낮은 금리에다 안정된 고정금리를 제공해 가계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가계부채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후순위채 발행 최대…바젤Ⅲ 무기한 연기

2013년 도입이 예정됐었던 바젤Ⅲ를 앞두고 은행권은 앞다퉈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바젤Ⅲ는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 조치로, 은행들은 내년부터 자본금 규제가 대폭 강화될 것에 대비해 후순위채에 몰려들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시중은행이 총 9조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한은은 국내은행이 올해 후순위채권을 먼저 발행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으로 400억원 가량을 추산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당국은 돌연 바젤Ⅲ의 도입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금융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타 국가들 역시 같은 이유로 도입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이에 국내은행들은 자본확충 부담 완화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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