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근저당비 반환소송, 은행 '완승'
10조 근저당비 반환소송, 은행 '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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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소송 '주춤'…금융소비자원 '先조정 後소송' 제안

[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과거 대출 시 고객이 부담한 근저당권 설정비를 돌려줄 책임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은행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원고 측인 소비자원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히면서도 '先조정 後소송' 방식을 은행 측에 제안했다.

7일 금융권 및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근저당비 반환소송 3건에서 은행이 고객에게 근저당설정비를 받아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은행 승소 판결했다. 근저당설정비는 담보대출 때 생기는 등기비, 법무사 수수료, 감정평가 수수료, 인지세 등으로 대출 1억원당 약 70만원 정도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은 근저당설정비 반환을 요구하며 1500개 금융사 대상으로 4만2000여명의 집단소송을 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10년간 근저당설정비 관련 소비자 피해액을 1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소송 쟁점은 △기존 약관 무효 여부 △설정비 부담 선택권 유무 △소멸시효 등이다. 법원은 근저당설정비 부담 관련 약관은 설정비를 고객에게 무조건 부담하는 게 아니라 당사자 간 교섭으로 계약이 체결되는 '개별약정'으로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옛 약관규제법은 당사자가 약관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시 개별약정이 약관에 우선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설령 고객 선택이 약관에 해당하더라도 옛 약관규제법상 신의성실 원칙에 반해 공정을 잃었다고 하기 어려워 사법상 무효가 아니다"고 판시했다.

은행들은 소비자가 설정비를 부담한 경우 대출이자, 중도상환수수료 등에서 혜택을 줘 선택권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법원은 이를 인정한 셈이다.

시효의 경우에도 재판부는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이 상행위에 의한 것으로 은행 주장인 5년이 적용된다고 봤다. 소비자 측은 소멸시효 기간이 민법상 10년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같은 법원의 결정에 금융권은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패소할 경우 관련 소송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최대 10조원에 이르는 금액은 은행권 전체 한해 순익과 맞먹는다. 은행들은 오는 20일 하나은행 소송도 서울중앙지법이 선고한다는 점에서 같은 결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상했던 대로 판결이 났고 원고가 항소하면 이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소송에 나섰던 시민단체들은 즉각 항소하겠다며 반발했다. 고객에게 실질적인 설정비 부담 선택권이 없었는데 은행 편을 들어줘 이해할 수 없다는 것.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은행권 소송에서 대법원이 내린 '불공정약관' 판결을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금소원) 대표는 "법원이 금융소비자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한 판결"이라며 "키코(KIKO) 등과 같이 금융사 편향적인 판결이다"며 실망을 표했다.

다만 금소원은 이번 판결과 무관하게 추가 소송 없이 근저당비 반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무차별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금소원이 제안한 '선 조정, 후 소송'의 금융소비자 피해구제 시스템은 금융사별 사전 약정을 통해 설정비용 부담 증빙서류 등을 금융사에 인도해, 확인·승낙 뒤 소송 없이 설정비를 돌려받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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