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환율, 연말로 갈수록 하락세 둔화"
"2013년 환율, 연말로 갈수록 하락세 둔화"
  •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
  • jay@futures.co.kr
  • 승인 2012.11.3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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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로 하락했다. 13개월 만이다. 사실 환율 하락을 위한 분위기는 이미 9월 중반을 지나오며 형성됐다. 지난해 뚜렷하게 약세를 나타냈던 아시아 통화나 남미 통화들이 대부분 강세로 돌아서고, 유로화의 약세 종료와 동유럽 통화들의 강세는 각각 중국과 미국경제의 둔화 우려 완화와 유로존의 시스템리스크 축소를 대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 하락속도는 다른 통화들에 비해 가팔랐는데, 이는 환율의 변동성 축소와 추가하락에 대한 낮은 기대로 미뤄뒀던 환전 및 헤지관련 물량을 수출업체들이 서둘러 내놓은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원화가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일 만한 펀더멘털 상의 변화는 아니라는 의미이며 결국 최근의 가파른 하락 속도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내년 한 해에도 환율은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나 하락속도는 다시 본 궤도에 진입하며 더딘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환율 하락을 예상하는 주된 이유는 선진국의 공격적인 양적완화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반등과 가계의 부채 축소 마무리로 소비여력은 점차 확보되고 있으나 고용시장은 자생적 경기회복을 견인할 수준은 되지 못하고, 기업은 여전히 설비투자에 회의적이다. 미국이 재정절벽 위험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일정계층의 증세와 재정지출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경기하강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미 연준은 최소한 현 수준에서의 양적완화 수준을 유지하거나 혹은 그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과 유로존 역시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강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확대된 유동성은 원화를 비롯한 신흥자본시장으로 유입되며 환율하락을 부추길 전망이다. 특히, 엔 약세와 BOJ의 공격적인 엔화 유동성 공급을 고려할 때 엔캐리 재개 가능성도 작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역시 하락속도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의 반등시기와 같은 전방위적인 위험자산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로존의 시스템리스크가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그리스의 디폴트나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 독일 및 프랑스 등 핵심국의 경기침체 등 개별국가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채무조정이 지속되며 내년에도 세계 경제는 저성장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하락속도를 완만하게 하는 요인이다.

중국은 과거와 같은 성장중심의 경기운용보다는 지속가능한 질적성장을 추구할 것이고 이미 고정자산투자 및 산업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자본재 및 중간재 수출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인다. 또한 내수 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로 불황형 흑자는 꾸준하겠으나 환율하락에 따른 수출가격경쟁력 약화 및 해외여행 및 송금 확대로 전체 경상흑자 규모는 올 해 대비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수출과 내수 회복 지연으로 국내 경제 역시 저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다시 기업실적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유지시키며 국내주식의 투자 메리트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식관련 자본의 유출로 나타나기 보다는 뚜렷한 방향성 없이 유출입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환시 영향력이 점차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채권관련 자본 유출입의 환시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내외금리차 축소 및 한은의 추가인하 가능성 등으로 단기 재정거래보다는 해외중앙은행과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장기성격의 자본 유입이 꾸준히 유입되며 환율에 하락 압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이후에는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로존과 일본 등이 경기침체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 주도의 경제회복세는 미 달러화에 강세 압력을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반기엔 환율 하락속도가 한층 둔화될 소지가 크다.

또한 1050원이 가시권에 들어오면 균형환율에 대한 논의와 수출경기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점도 환율의 추가하락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년 원·달러 환율의 전망을 상반기 1060~1100원, 하반기 1040~1080원으로 예상하고 연평균 1070원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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