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회공헌활동, '영속성' 담보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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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금융 산업은 신뢰가 의심받게 되면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더욱이 금융권은 지난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막대한 공적 자금으로 회생할 수 있었다는 점을 유념해 국민 경제를 위한 확고한 역할을 해야 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주 6대 금융지주(KB·우리·신한·하나·농협·KDB) 회장과의 간담회에서 일침을 가했다.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금융권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최근 은행들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학력차별 대출금리, 부당한 가산금리 챙기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출서류 조작, 그리고 최근 재차 수면 위로 떠오른 환율 변동 관련 파생상품 키코(KIKO) 문제까지.

특히 지난 23일 키코 관련 판결에서의 은행 첫 패소는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중앙지법은 하나·씨티은행 등에 상품을 불완전판매했다며 키코로 손해를 입은 중소기업에게 60~7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간 키코 소송은 대부분 기업이 패소하거나 손실 일부를 돌려받는데 그쳤다.

법원은 그동안 키코 자체가 불공정한 상품이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이번엔 은행들이 고객보호 의무를 어기고 기업에 상품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판 점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금융사의 기본적 책임인 '소비자보호'라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최근 은행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영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에 은행들은 연일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앞 다퉈 대출 최고금리를 2~3%p 낮췄고, 연 10%대 중금리 대출을 출시해 비은행과의 금리단층 해소에도 나섰다. 우리은행은 취약계층을 위한 연 7%대 고금리 적금까지 출시하기로 했다.

서민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각에선 일부 지원책에 대해 '생색내기용'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장금리가 떨어진 만큼 대출금리 인하는 당연한 수순인데다 최고금리 인하로 혜택을 입는 고객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A은행의 경우 금리인하 효과를 보는 고객은 전체 대출자 160만명 중 3.3%에 불과하다.

물론 민간 금융사에 공공적 책무만을 지나치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은행 역시 엄연한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책임이 있으며, 특히 정부의 지나친 간섭에 기인한 '관치금융'의 폐해는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당국의 서민대출 확대 압박에 대해 건선성 악화 우려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결국 은행들이 부정적 여론과 당국 압박으로부터 좀더 자유롭기 위해서는 소비자들로부터의 굳건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서 '생색내기'라는 꼬리표부터 잘라내야 한다. 보여주기식의 단발성이 아닌 영속성 있는 금융지원책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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