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삼성의 모험주의, 그 닮은 꼴
MB와 삼성의 모험주의, 그 닮은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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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행보에 뒤이어 미국 내에서 벌어진 삼성과 애플의 특허 분쟁의 배심원 평결 결과 완패한 삼성. 전혀 별개일 것같은 이 두가지 이슈 사이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세계인의 인식이나 국제적 역학관계를 무시하거나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해버린 점, 특히 彼我에서 동시에 애국주의를 자극했다는 점은 판박이다.

우선 이명박 대통령의 느닷없는 독도 방문으로 크게 일기 시작한 독도 이슈에 한국 정부는 적절히 외면하고 무반응에 기대는 동안에도 일본은 꾸준히 독도 문제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설득하며 한발 한발 나가고 있다. 아직 유효 점수가 나올 단계는 아니지만 일본은 착실히 포인트를 따는 계산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뭘 얻고 있나. 내 것 끌어안고 맷집으로 견디는 꼴인 것같아 안타깝다. 이게 사전에 행동의 파장을 점검하고 대책을 세운 정부의 행태는 아니지 싶다. 다만 독도 이슈로 국내를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동안 내곡동 사저 문제며 이상득 의원 문제는 슬그머니 묻혀가고 있다는 점은 눈에 띈다. 단순히 대선 정국이어서 만이라고 하기에는 하수상하다.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은 이미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적으로 진행된 지 꽤 됐다. 그 중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이 완승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평결을 얻어냄으로써 삼성이 심상찮은 타격을 입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나라에서의 소송보다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결과도 독도 이슈와 마찬가지로 애국 논쟁의 불을 붙였다.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세세한 기술적인 문제들을 알 길은 없고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미국 법정에서 미국 기업 애플에 완패를 당했다는 사실만 크게 부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법원도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부분이 통신표준특허여서 망신스러운 판결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판이니 팔이 안으로 굽는 판결을 내렸다는 평가를 피하기는 어려울 성싶다. 이쯤이면 누구 흉볼 처지는 아닌 것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애국주의의 깃발이 힘차게 날릴수록 상대국에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전 세계가 길어질 것으로 보이는 불황의 터널 입구에서 너나없이 애국주의의 분위기가 팽배하는 때다.

정부에서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 직후 “세계 속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전 같지 않다”는 소리도 나와 스스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일종의 선전포고로 삼는 인상을 줬다. 국내용이었겠지만 이건 자칫하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비난을 뒤집어쓸 위험을 부르는 경망한 발언이다.

게다가 지금 세계적으로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우리의 주력시장들이 하나같이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한국의 제2 수출시장인 EU는 물론이고 한국 최대의 수출시장인 중국이 EU를 최대 수출시장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중국이 겪을 침체는 한국경제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미국의 경제도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이처럼 하나의 시장이라도 제대로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판국에 지금 한국은 결코 작지 않은, 문화적으로는 새로 열리기 시작한 일본시장을 너무 가볍게 봤다. 그것도 하필 정치의 계절에.

삼성도 그런 점에서는 참 답답하다. 1조2천억 원인가 하는 배상금은 삼성 입장에서 보면 ‘그깟 돈’인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이익 남는 거 별로 없다는 미국 시장이라도 그 시장을 잃는게 작은 일도 아니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고작해서 껍데기 베끼기나 하는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러일으켜 그동안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순식간에 허물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 결코 가볍지 않다.

국내에서 기업 우선의 각종 정책에 힘입어 승승장구 한데다 언론은 늘 삼성의 편을 들어줬고 이번 법원 판결에서 보듯 사회 구석구석이 다 ‘너 잘한다’고 추켜줬다. 너무 칭찬과 아부에 길들여진 탓에 국제적 힘겨루기를 너무 쉽게 본 게 아닌가 싶다.

이번 미국 재판에서는 구글이 제공한 자료가 삼성에 치명타가 됐다고 한다. 그 구글이 바로 미국 기업 모토롤라를 인수한 회사다. 애플이 삼성을 이김으로써 구글은 삼성이 잃게 될 그 시장을 뚫고 들어가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세계의 기업들은 그렇게 얽히고설켜 있다. 또 각국이 자국 기업 중심의 ‘표준’과 ‘특허’를 지키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다. 삼성이 이런 때를 영 잘못 읽은 셈이다. MB가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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