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들의 관리비 체납액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들어 경매에 부쳐진 서울·수도권 소재 아파트 5772개 가운데 관리비가 체납된 상태로 경매장에 나온 물건은 총 2697개(체납율 46.73%)로 집계됐다.
이는 집이 경매로 넘어간 아파트 소유자 및 거주자 중 절반 가까운 수가 관리비도 내지 못할 만큼 생활고를 겪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파트 관리비에는 전기요금, 수도세 등 개별 필수 공과금과 공용면적 공유에 따른 공과금이 포함돼 있어 장기 체납할 경우 전기나 수도가 끊길 수 있다.
올 상반기 집계된 관리비 체납율은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반기 기준 최고치다. 체납된 관리비 총액은 33억6974억원으로 금융위기로 인해 불황이 본격화된 2009년 하반기(34억4826만원)에 이어 최근 5년 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물건에 따라서는 체납된 관리비가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어 입찰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 2월 중앙지법 경매장에 나왔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79평형은 체납된 관리비가 3300만원을 넘었다. 이 물건은 2회 유찰 끝에 감정가(27억원)에서 10억원 가까이 떨어진 17억5000만원(낙찰가율 64.81%)에 간신히 주인을 찾았다. 거액의 체납 관리비가 입찰 자체를 망설이게 한 케이스다.
지난 4월에 경매장에 나온 신정동 '삼성쉐르빌' 62평형도 8개월분에 달하는 440만원의 관리비가 체납된 체 경매에 나왔다. 이 물건은 2회 유찰을 거치면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
고가 아파트뿐만 아니라 감정가 4~5억원대 중저가 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신당동 소재 현대아파트 37평형 물건(감정가 4억5000만원)은 930만원의 관리비가 체납된 채 지난 4월 경매장에 나왔고, 금천구 시흥동 소재 벽산아파트 43평형 물건(감정가 4억원)도 110만원의 관리비가 체납된 상태로 경매장에 나와 1년 만에 낙찰됐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이자를 내지 못해 경매 청구되는 아파트 소유자나 거주자에게 관리비를 낼 여유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체납된 관리비는 거주자나 낙찰자 모두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역별로는 경기 지역 체납율이 49.38%(체납물건 수 1639/3319)로 가장 높았다. 체납된 관리비 총액은 19억7807만원으로 2008년 전체 체납된 관리비 총액(17억8893만원)을 상회한다.
이어 인천지역의 체납율이 높았다. 959개 경매물건 수 중 470개 아파트가 관리비를 체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체납총액은 4억9941만원으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이 지역은 2008년 이후 4년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어 우려를 자아냈다.
서울지역은 경매에 나온 아파트 수 1494개 중 관리비가 체납된 아파트 수는 588개, 체납총액은 8억9225만원으로 집계됐다. 체납율은 39.36%로 타 지역에 비해 6%P가량 낮았지만 평균 체납액이 151만7000원으로 경기(120만7000원)나 인천(106만3000원)에 비해 30~50만원 더 많았다.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