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보 이사장 재연임은 '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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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미선기자] "월급 받는 일은 앞으로 전혀 할 생각 없다. 아내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오면 책을 쓸 준비를 하고 싶다."

지난 주 퇴임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임직원들이 준비한 환송회식까지 참석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지난 16일 재차 연임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신보 측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기관 최우수(A), 기관장 우수(B) 등급을 받아 이 같은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2개월여의 이사장 공모 절차를 허사로 만드는 처사다. 후임 내정설이 돌던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이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안 이사장 '유임 카드'의 배경이라는 해석도 나돈다. PK출신들이 금융권을 장악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공기업마저 같은 지역 출신을 앉히는 데 따른 후폭풍을 우려했다는 것. 

하지만 홍 위원은 태어난 지 1년도 안 돼 서울로 이주해 PK 출신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이사장에 추천된 후보들, 심사를 했던 추천위원들은 전부 '허수아비'가 된 셈이다. 신보 이사장은 임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선출한 뒤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받아 결정된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번 인사 파행의 배경에 정권말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현 정권과 운명을 같이할 이사장 자리에 누가 가겠느냐'는 목소리가 파다했다. 차기 정권에 따라 7개월짜리 CEO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

최근 취임한 신동규 농협금융 회장 역시 선임과정에서 마찬가지 말이 나돌았다. 유력 후보들이 낙마하고 제3의 인물인 '모피아(재경부 출신 인사)' 출신이 면접도 없이 선임되면서 정권 향방에 따라 몇 개월짜리 회장이 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을 비켜간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신보 노조는 안 이사장 재연임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신보를 제대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새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신보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사를 CEO로 앉혀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신보 직원들도 내부 출신이 CEO로 취임한 기업은행을 부러워하는 눈치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기업은행 50년 역사상 첫 내부 출신 은행장으로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있고, 노사 문제도 전 행장들과 비교해 원만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신보는 지난 1976년 창립 이후 36년간 이사장이 모두 외부 출신으로 내부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내부 출신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수적인 성격의 공기업의 경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외부 출신이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번 신보의 인사파행의 경우 뚜렷한 배경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같은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 안 이사장의 재연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치부하더라도 내년 2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신보 이사장 자리에 누가 앉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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