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용 중장비 경매물건 '급증'
건설용 중장비 경매물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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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불경기가 원인…"경매 나와도 안 팔려"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건설업계 불황으로 법원경매에 나오는 중장비 물건이 급증하고 있다.

11일 부동산태인이 2008년 이후 경매에 붙여진 건설용 중장비 물건(이하 중기) 3290개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에만 393개의 중기가 경매장에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237개)대비 65.82%(156개) 늘어난 수치다.

월별 물건 수를 보면 1월 70개, 2월 64개 순으로 줄어들던 중기 물건 수가 3월 51개로 저점을 찍은 뒤 건설업 위기가 본격화된 4월부터 다시 늘었다. 지난달에는 84개가 나오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연도별 물건 수도 비슷한 추이를 나타냈다. 국제 금융위기가 터진 직후인 2009년 상반기 중기 물건 수는 529개로 최근 5년 간 가장 많았다. 같은 해 하반기에도 354개의 물건이 추가로 나오며 경기 상황과 중기 경매물건 수가 반비례함을 시사했다.

이처럼 중장비가 불경기마다 경매에 붙여지는 것은 중기를 사용해야 하는 건설사들의 사정이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중기는 비싼 가격 탓에 건설사가 주로 구매하지만 개인이 대출을 끼고 구매해 여러 건설사에 임대하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문제는 불경기로 인해 건설물량이 줄어들면서 중기 사용빈도도 자연히 감소하게 된 것이다. 개인사업자는 대출금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중기가 경매에 나와도 팔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천에 본거지를 두고 운행하다 경매 청구된 덤프트럭 물건은 1억1500만원의 감정가로 법정에 나온 이후 2회 유찰되며 반값으로 떨어졌다. 이 트럭의 경우 채권액이 9100만원으로 이미 채무변제 기능을 상실한 상황이었으며 이와 유사한 사례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은 낙찰가율을 보면 보다 뚜렷해진다. 2008~2009년 불황 직후에도 80%대를 기록하던 중기 낙찰가율이 올 상반기 들어 77.94%로 떨어졌다. 전년도 하반기 대비 2.88%P 내린 것이다. 게다가 70%대 낙찰가율을 기록한 것은 최근 5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박종보 부동산태인 연구원은 "중기 물건들이 올 상반기 들어 급증한 것은 건설업계 불황 여파 때문"이라며 "건설물량 축소로 개인사업자는 물론 건설사 소유 중기까지 경매장에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건설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이미 경매를 통해 중기를 상실한 개인 사업자는 재기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 역시 악성채무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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