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보험업계 '표적검사' 논란
금융당국, 보험업계 '표적검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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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보험사들이 주요 타깃
"위법성 판단 기준 주관적"

[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금융당국이 재벌 보험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에 착수한 가운데 보험사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국의 '고배당 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대형 보험사들이 높은 배당을 책정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사들은 위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한 만큼 표적검사로 귀결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국 으름장에 업계 "문제없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에 대해 지난달 말부터 부문검사에 착수했다. 삼성생명, 대한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ING생명, IBK생명, 신한생명, 교보생명 등이 검사 대상이다.

먼저 금감원은 유배당상품과 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과 사업비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무배당상품의 공시이율을 높여 실적을 늘리고 이율 역마진으로 생긴 손실은 유배당상품에 넘기면 무배당상품의 이익이 커진다는 점에 착안한 검사다.

특히 무배당상품의 사업비를 유배당상품 계정에 포함시키면 주주들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변액보험 계열사 펀드 비중과 퇴직연금 가입비중 등에서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는지도 확인한다.

이에 보험업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시이율과 사업비 등은 규율에 맞게 정해왔으며, 오너 및 모기업에게 많은 이득을 취하게 하기 위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고배당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일감 몰아주기 등도 문제될 게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초 퇴직연금 몰아주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계열사 몰아주기 실태조사를 했지만 무혐의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지원 행위가 성립하려면 지원을 받은 쪽이 유리한 조건으로 경제적 이익을 취해야 하는데, 금융사간 제한 금리 수준이나 운용 수수료 등이 모두 비슷해 그럴 수 없었고, 퇴직연금시장에서 독과점에 이를 정도로 매출 비중이 크지도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배당에 대한 철퇴"
이에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고배당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고배당을 강행한 생보사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려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보험사 길들이기'라는 것.

지난 4월 금감원은 보험사 기획담당 임원들을 불러 고배당 자제를 당부했다. 그러나 교보생명은 전년대비 66% 오른 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 배당성향이 9.6%에서 18.8%로 2배가량 올랐다. 삼성생명도 주당 2000원으로, 배당성향이 41.8%로 전 회계연도보다 22%p 정도 올랐다. 현대해상은 주당 1350원을 배당했지만 배당성향은 전년대비 27.2%로 8%p 정도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830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으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346억원을, 정몽윤 회장 일가는 265억원을 받았다.

특히 대형 보험사들도 중소형 보험사들에 비해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2010회계연도 대형 보험사들의 배당성향은 대한생명(42%), LIG손보(36%), 현대해상(35%), 메리츠화재(32%), 삼성화재(26%), 삼성생명(21%) 등이었다.

이에 금감원은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면서도 보험사들에 대한 불만의 뜻을 나타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배당 때문에 RBC비율이 낮아진다 해도 권고수준만 넘으면 문제가 없다"며 "법적으로도 고배당을 자제시킬 수 없다"고 토로한 바 있다.

◇명확한 기준 없어 논란 불가피
문제는 금감원의 이번 검사에 대한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당국 검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검사 배경과 결과에 대해서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공시이율이나 사업비,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법적, 절대적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당국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관련 금감원은 제재 여부의 판단기준을 '업계 평균'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구조상 공시이율이 높을 이유가 없는 데도 타사보다 과도하게 높거나, 평균 공시이율(4~5%)보다 높다면 제재에 들어갈 것"이라며 "비효율적인 출혈경쟁을 유도하는 위험성장 중심의 영업정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각 회사별로 계열사 물건 및 자산운용 등에 대한 현황이 파악돼 있다"며 "업계 평균 수준(50% 이상)보다 과도하게 많다면 몰아주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회사들이 70~80% 몰아주고 있으며 90%를 몰아주는 곳도 있어 합리적 평가기준을 가지고 선정을 했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법적 기준은 없으나, 공시이율 등은 합리적 집행 규정이 있고 일감 몰아주기는 절차적 문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 담당자는 공시이율, 계열사 퇴직연금 비중, 변액보험에 계열운용사 펀드가 많은 이유 등을 묻고 답변이 합당한지를 판단하고 있다"며 "법적 기준이 없어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변액보험의 펀드 비중 타당성 역시 펀드설정시 수익률보다 현재 설정된 펀드 수익률을 갖고 판단하고 있다"며 "보험사가 합당한 근거를 답해도 금감원이 문제가 있다고 결론짓고 처벌을 내린다면 업계가 반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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