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우리' 시나리오…경영진-노조 '동상이몽?'
'KB+우리' 시나리오…경영진-노조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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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윤대·이팔성 회장 입장 선회
노조 "당국압박에 리액션일 뿐"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양측 경영진과 노조간 뚜렷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경영진은 합병의 불가피성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노조는 당국의 압박에 따른 리액션일 뿐이라며 경영진의 행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 예비 입찰은 내달 27일로 한 달 가량 남아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 민영화를 놓고 이해당사자들의 행보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27일 노조 간부들과의 면담에서 "(우리은행) 노조가 주장하는 민영화 방안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현 구조에서는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은행 노조가 원하는 민영화 방식은 국민주 방식, 블록딜, 우리사주 방식을 결합한 것으로,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시장매각 방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어떤식으로든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의견만 내비친 이 회장이 매각 방식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어윤대 회장도 그간 "정부 지분은 1%도 용납할 수 없다"며 '인수 불가'를 고수해왔지만 "주주이익과 합병시너지 효과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다만 KB금융 측은 현재까지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하지는 않고 있다.

이들 CEO가 'KB+우리' 합병 시나리오에 대해 이전과 다른 전향적 태도를 보이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압박과 연계짓는 해석도 나온다.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매각추진을 강행한 김석동 금융위원장과의 물밑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 당국도 국내 금융지주사의 경쟁구도를 감안해 KB금융의 입찰참여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와관련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노조는 양사의 합병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CEO들의 입장선회 역시 당국을 향한 제스쳐일 뿐이라는 것.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팔성 회장이 본인 의사를 정확히 밝힌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당국이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일에 반대입장을 피력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도 "어 회장이 KB의 외국인 주주들의 반대와 직원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우리금융 인수합병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라고 전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두 금융지주사의 합병의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양측의 중복점포 비율이 70%에 달하는 데다가, 정부 제안대로 현금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더라도 KB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노조 측도 두 금융지주사간 인수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입증하는 자료를 조만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럴 경우 해당 자료에 우리은행의 부실여신 잔량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KB금융의 우리금융 합병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주가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도 양사 합병까지 해결해야 할 난관이 많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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