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경매물건, 아파트 '줄고' 연립·다세대 '늘고'
상반기 경매물건, 아파트 '줄고' 연립·다세대 '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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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시장 장기 침체 조짐"

[서울파이낸스 문지훈기자]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 경매시장의 트랜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수익형부동산이 아파트 부진의 공백을 대신하는 등 현금화가 빠른 물건에 입찰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 아파트 경매 입찰자 30% ↓…중소형만 '불티'
26일 법원경매정보 전문기업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아파트 물건은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부동산태인이 올 상반기 전국 경매시장에 나온 아파트 물건 2만3689개를 분석한 결과 낙찰가율은 77.18%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별 실적 기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년동기(84.79%)대비로는 7.61%P 하락했다.

아파트 낙찰가율이 낮아진 것은 무엇보다 응찰자 수가 상당히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아파트 경매 응찰자 수는 4만1719명으로 전년동기(6만281명)대비 30.79%(1만8562명) 감소했다. 아파트 경매물건 수는 2만5021개에서 2만3689개로 5.32%(1332개) 줄었다.

반기별 응찰자 수가 5만명 아래로 하락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경매 전문가들은 이달 남은 기간은 고려해도 응찰자 수가 5만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최근 경매시장의 추세를 보면 이달 남은 기간을 감안해도 5만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경매시장에서 아파트가 인기상품으로 여겨졌던 이유는 급매물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낙찰 받은 후 새로운 매수자에게 팔아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아파트는 매수세가 풍부하고 거주 선호도도 높아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다는 평가 속에서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경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가 길어져 아파트를 통한 수익실현이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정대홍 팀장은 "과거에는 아파트를 싸게 낙찰 받아 이윤을 남기고 되파는 일이 어렵지 않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로 매각 자체가 힘들고 그만큼 수익을 내기도 어려워졌다"라고 설명했다.

또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중소형 물건 위주로 아파트 수요자들이 직접 경매에 나서는 경우도 증가했다. 실제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 물건들은 90%(지난달 기준)에 육박하는 낙찰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배당이 완료된 중소형 아파트 물건 6949개 중 33~66㎡대 아파트 물건이 43.14%(2998개)로 가장 많았다.

정대홍 팀장은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인기가 많은 중소형 아파트를 통해 수익을 내려는 움직임도 가속화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도 중소형 물건에 대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 신건, 고가낙찰 감소
올 상반기 경매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과 용도에 상관없이 신건낙찰과 고가낙찰 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신건낙찰은 경매에 처음 나온 물건이 첫 번째 입찰에서 낙찰된 경우를 말한다. 신건낙찰의 경우 물건이 유찰되지 않은 만큼 가격 메리트를 가져가지 못한다. 고가낙찰은 경매물건에서 책정된 감정가액 이상의 금액으로 낙찰된 경우를 의미한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건낙찰 수는 전년동기(7939개)대비 29.29%(2325개) 줄어든 561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반기별 실적 기준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고가낙찰 건수도 1만349개에서 7322개를 기록, 29.25%(3027개) 줄었다.

이는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서 유찰을 통해 가격 메리트를 최대한 가져가려는 입찰 전략이 시도됐기 때문이다. 실제 올 상반기 경매시장에 나와 유찰된 물건 수는 6만6248개로 전년동기(7만1398개)대비 7.21%(5150개) 줄어드는데 그쳤다.

정대홍 팀장은 "경매물건 수와 응찰자 수가 각각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에서 체감한 유찰 빈도는 이전보다 더 높았을 것으로 분석된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매업계에서는 최근 경매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매가 대중화되면서 신규 유입된 응찰자들이 무조건 낙찰 받기 위해 신건을 고가에 낙찰 받는 사례가 줄었다는 것이다.

정 팀장은 "한때 시장을 휩쓸던 '묻지마 경매' 풍조가 점차 사라지면서 법원경매의 건전성이 재평가되고 있다"며 "최근 우량물건도 계속 등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입찰열기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예상했다.

◇ 연립, 다세대 경매물건 증가
올 상반기 전국 경매시장에 나온 전체 물건 수는 11만9791건으로 전년동기대비 10.04%(1만3383개) 감소했다.

물건 수 감소는 연립이나 다세대 물건을 제외한 모든 물건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됐다. 연립 및 다세대 물건은 전년동기(1만502개)대비 14.64%(1538개) 증가한 1만2040개를 기록했다. 이는 신건으로 나온 물건 수 변동이 거의 없었고 유찰된 물건이 계속 적체됐기 때문이다. 연립 및 다세대 신건 수는 4506개에서 4615개로 늘었으며 유찰된 물건도 5996개에서 7425개로 23.83%(1429개) 늘었다.

연립 및 다세대 주택의 통상적인 대출액 규모가 아파트보다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매물건 수 증가는 연립이나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면서 돈을 모아 아파트로 이사하는 '전통적인 경로'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스레 아파트 시장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현재 아파트 매수세가 실종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가 바닥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팀장은 "연립 및 다세대 물건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더 길어질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면서도 "연립이나 다세대 물건이 지닌 저렴한 가격은 경매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도 작용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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