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과징금의 '불편한 진실'
담합 과징금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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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르네상스가 오는 길목을 지키다 목만 길어지던 시기, 오다가다 어깨너머로 보이던 소비자나 금융문제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도 어쨌든 그 분야와는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불편한 진실들이 드러나도 애써 외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던 이 생경한 분야가 불행하게도 환경과 직접 맞물린 곳에서 많은 이들을 강타한 일이 벌어졌다. 언제나 그렇듯 환경이나 소비자나 금융의 거대한 스캔들은 항상 공급사슬에서 터졌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22조원의 천문학적인 세금이 들어간 4대강 그리고 건설사들의 담합, 4대강은 태생부터 문제가 많았다. 탈도 많고 졸속에 끊임없이 제기되는 환경문제까지 덮으면서 “흐르는 강물을 빨리 흐르라고 등 떠밀지 말라”던 어느 시인이 울부짖던 서정마저도 뒤로 하고 시작한 공사였다.

특혜 의혹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다 화기가 강 건너까지 오자 그제야 담합한 건설사들에게 면피성 과징금 흉내를 냈다.

소비자 보호자로서 검사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던 공정위 심사관들은 대형건설사들이 서로 짜고 나랏돈은 축냈는데도 겨우 1115억원의 과징금만을 물리는 것으로 황당함의 끝을 맺었다.

2년 6개월을 조사해서 내놓은 이 같은 '멍청한' 결과에 많은 이들이 공정위의 존재이유에 회의를 품을 정도로 어이없는 결과였다. 그러나 사실 조금만 들여다보면 담합과징금 부과가 공정위로서는 활용도 면에서 다양한 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공정위가 공공 공사에서 담합이 근절하기를 바랐더라면 공공 공사 같은 담합은 부과되는 과징금이 담합으로 얻는 이익보다 월등히 작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정위가 그걸 모를 리 없는데 원인을 알고도 해결을 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

일반적으로 담합의 과징금은 보통 업체들의 은밀함 때문에 어떤 경우 거의 제품이나 공사의 완성단계에서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부과되는 금액은 이해 안가도록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품과징금의 경우 과징금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제품이 다 팔고 거의 단종이 될 때쯤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기업들은 담합해서 많은 이익을 챙기고 얼마정도만 과징금으로 내는 혜택을 받는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알아서 더 깎아주는 친절 서비스도 끼어든다.

이번 같은 4대강 공사의 경우도 뒤늦게 적발되어 봤자 나랏돈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과징금 몇 푼 내면 그만이다. 설령 제품이 단종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과징금 부과의 의미는 이미 이익을 많이 남겨서 팔았고 앞으로도 그 가격으로 팔수 있게 해주는 허락과 같다.

그렇다면 공정위가 그렇게 부과한 과징금을 받아서 제품을 비싸게 주고 구매한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지만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

그 동안은 담합업체 중 한 업체가 미리 신고를 하는 리니언시를 이용하면 과징금의 부담에서도 자유로 왔다. 이익을 얻을 만큼 얻은 업체가 자진신고로 요리조리 과징금을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역할을 하고 여기에 기꺼이 흙탕물이 되어주었던 공정위는 함께 가치사슬을 이루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담합 과징금이 부과되는데도 여전히 담합이 지속되는 것은 업체로서는 수천억 벌어 공정위에 조금 떼어주고 남기는데 한 번 해볼 만한 답합 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이용할 대로 이용한 리니언시는 이제 화려한 시기는 지나갔지만 소비자들이 그 손해를 조금이라도 보상받기 위해서는 손해를 본 사람끼리 모여 소송을 제기 해야한다. 그런데 그 보상의 길은 너무나 길고 험하다. 소송자체가 오래 걸리는데다 기업들은 소송인들이 지쳐서 포기하도록 만드는 재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오랜 시간을 견디고 승소해서 보상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미 그것은 보상이 아니라 후회가 더 크다.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공정위가 이처럼 합법적으로 업체를 대우하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해온 것은 숭숭 뚫린 수도관 구멍에 소비자 보호의 의무를 흘려보낸 것과 같다.

특히 담합 과징금처럼 법을 활용하는 위장된 사실이 어쩌면 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불편한 진실일지도 모른다. 담합 과징금의 불편한 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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