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反)시장적 국책은행
[기자수첩] 반(反)시장적 국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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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시중은행들도 관심없는데 우리(산은금융지주)가 관심있겠나. 100%가 아닌 1000% 관심없다" (주우식 산은지주 수석부사장)
"지금이 금융회사 인수할 때냐. 실탄을 장전해뒀다가 중소기업 지원해야" (조준희 기업은행장)

최근 산은지주, 기업은행 등이 솔로몬 등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한 대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저축은행 추가 인수에 난색을 표하던 국책은행들이 정부 요청에 노골적으로 '들러리 서기'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사들이 "정부 요청이 있을 시 검토해 볼 수 있다" 식의 애매한 표현을 반복한 반면, 국책은행들은 단호하게 "인수 불가" 입장을 밝혀왔던 만큼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급기야 지난 14일 LOI를 제출한 국책은행은 자신들을 이른바 '들러리'라고까지 표현했다. 산은 관계자는 "당국에서 직간접적으로 의중을 전달하는데 아무런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 것도 어렵다. 예비입찰은 말그대로 본입찰 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고 실사만 진행해볼 수 있으니까..."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실 이들 국책은행들은 부실 저축은행 인수를 검토할 만한 적극적인 유인이 없다. 현재 추진 중인 산은지주 기업공개는 정부 지분을 민간에 팔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1차 목표 외에도 글로벌 CIB 도약이라는 목적도 크다.

시장에서 공신력 있는 상장회사로 인정받고 정당하게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산은 내부에서도 기업공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축은행 인수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산은보다 민영화 그림에서 한발 떨어져 있지만 기업은행도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기능적 측면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전 참여가 의아스럽긴 마찬가지다.

특히 조준희 행장은 비은행부문 인수설이 나올때마다 "지금이 금융사 인수할때냐. 실탄을 장전해뒀다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었다. 더구나 행장직을 걸로 재임기간 중 대출 최고금리를 한 자릿수로 만들겠다는 중소기업 지원 방향을 천명하기도 했다.

물론 시중은행들마저 종전 '인수불가' 입장에서 '인수전 참여'로 돌연 입장을 선회했다는 점에서 국책은행의 말바꾸기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들 국책은행의 인수전 참여는 유효경쟁 조건 성립을 위한, 사실상의 '흥행몰이'라는 점에서 반(反)시장적 행태라고 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

주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부실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대형 시중은행들, 그리고 부실 저축은행 떠넘기기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들러리에 나선 국책은행들... 2012년 한국 금융시장의 현 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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