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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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유로 한 보름 캐나다 밴쿠버에 다녀왔다. 그 기간 중 하루는 자동차로 세 시간 남짓 걸리는 미국 시애틀 여행도 즐겼다. 국경을 차로 넘는다는 것은 반도의 남쪽에 갇힌 채 섬 아닌 섬나라 백성으로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참 색다른 경험이면서 매우 부러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캐나다 시민들은 비자 없이 드나드는 국경이라지만 나날이 국경 검문이 까다로워지는 양상이라고 불평한다. 국경을 넘는데 떠나는 나라에선 별다른 절차가 없지만 도착한 측에서는 이것저것 살피는 것이 많아 보였다.

미국 쪽에서는 9.11 이후 국경 검문이 강화되면서 캐나다를 우회한 테러범의 입국을 의심해 캐나다 시민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었고, 캐나다 이외의 외국 여권 소지자들에 대해서는 종종 과도한 검문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소문이다. 필자가 가던 날도 중동과 중앙아시아 출신으로 추정되는 몇 가족은 별도 검문으로 붙들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편 미국에 비해 물가가 비싼 캐나다는 밀수를 의심해 자국민들에 대해서도 깐깐하게 검문을 한다. 소소한 물건이라도 미국에서 샀다면 반드시 쇼핑했음을 인정해야지 만약 깜빡 잊고 쇼핑 사실을 부인했다가 새로 산 물건이 나오면 크게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거짓말 했다는 사실만으로 중범죄를 숨기는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특히 동계올림픽 적자로 인해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밴쿠버 쪽에서는 미국에서의 쇼핑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경제기자의 눈에 비친 밴쿠버의 경제적 고통은 재정적자를 겪는 지방 정부만의 문제는 아닌 듯했다. 빈 점포, 새 주인을 찾는 부동산이 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 소비가 줄면서 시장의 활기도 꺾이는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런 현상은 시애틀에서도 발견되고 있어서 세계경제의 그늘이 어느 나라라 할 것 없이 커져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시민들의 국경 밖 소비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것일 성 싶다.

경기후퇴는 개개인의 심성을 날카롭게 하고 종종 인간에 대한 예의를 잃게 만든다. 치안 좋기로 소문난 캐나다에서도 불과 일주일 사이에 두건의 흉악한 살인사건을 접할 수 있었다.

하나는 몬트리올에서 벌어졌다는 엽기적인 살인이었다. 듣기로는 남성 동성애자라는 살인범이 자신의 애인을 토막 살해하고 손과 발을 여당 당사로 보냈다는 것이다. 살해한 시신 일부를 여당 당사로 보냈다는 것은 무슨 정치적 이슈가 담겨 있을 법하지만 필자가 머무는 동안에는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사건에 뒤이어 필자가 머물던 밴쿠버에서도 두 명의 베트남 이민자가 살해됐다. 사흘 만에 체포된 살인용의자는 피해자에게 점포를 넘긴 가게의 전 주인이었고 피해자들은 새로운 가게 주인과 그의 사업파트너로 보도됐지만 역시 살인의 이유는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가게의 인수인계 과정에서 무언가 마찰의 원인이 생겼겠거니 추측만 하다 돌아왔지만 인명을 중시한다고 소문난 나라에서 이런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한데는 아무래도 어려워진 경제적 상황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삶이 힘겨워질 때 인간은 좀 더 잔인해질 수 있다는 점은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경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후퇴에 따른 또 하나의 그림자는 중국에서도 예감된다. 만리장성을 흑룡강까지 이어붙이며 고대 사회의 국경을 제멋대로 재단하는 중국을 보면 중국의 고속성장이 끝나가는구나 싶은 관심이 생긴다. 중국의 역사왜곡이야 이미 30년 전부터 진행된 일이지만 이제 그 진행방향과 속도가 보다 빠르게 명확성을 띄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내부 불만의 처리가 시작됐음을 감지케 하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되는 중국의 정책방향 중 한가닥을 보면 성장 속도 둔화에 따른 중국 내부의 불만이 팽창할 경우 예상보다 빠르게 대외 전쟁을 치를 수도 있겠다 싶어 두렵다. 그들이 전쟁을 치를 대상에 경제적 곤궁을 무기산업에서 뚫으려는 북한이 먼저 포함될 수도 있다. 식민지 종주국인양 거침없는 발언을 이미 시작한 중국의 직접적인 ‘다스림’에 우리가 빌미를 주게 되지는 않을지가 염려스럽다. 그때는 남한의 위험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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