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vs금융지주, 부실저축은행 매각 '줄다리기'
당국vs금융지주, 부실저축은행 매각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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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윤동기자] 금융당국이 최근 매물로 나온 4개 영업정지 저축은행 매각과 관련, 금융지주사들이 인수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금융지주사 외에는 부실 저축은행의 조속한 정상화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들은 수익 모델이 제한적이고 기존 저축은행 영업정상화가 우선이라며 추가 인수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21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은 최근 솔로몬·미래·한국·한주저축은행 등 최근 영업정지 된 4개의 저축은행 매각주관사 및 통합 법률자문사를 선정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당국은 개별매각 및 패키지 매각 등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복수의 금융위원회 고위관계자는 "고객 불편 등을 생각해 볼 때 청산절차에 들어가는 것보다 대형금융지주사가 맡아주는 게 좋지 않겠느냐"면서 "금융지주사에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맡아줄 것을 직간접적으로 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는 기존 저축은행의 영업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부터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1곳씩 인수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정상화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고 토로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영업을 해보니 실제 대출받은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는 대출이 드러나는 등 실사 당시 파악하지 못했던 부실채권들이 속속 드러났다"고 귀띔했다. 당국이 자신부채 이전(P&A)방식으로 인수하면 인수자금에 부담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금융지주는 기존 저축은행 영업도 버겁다는 설명이다.

다른 금융지주사 측도 "지난해 저축은행을 인수했음에도 다시 하나 더 인수하라고 한다"며 "힘든 일만 생기면 금융지주에 문재를 떠넘기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국과 금융권은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놓고서도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당국은 공적자금을 최대한 빨리 회수에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항변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현 정권 말기에 우리금융 매각을 서둘러 진행할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금융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금융지주 중 한 곳이 나서서 합병해주는 게 바람직하다"며 공공연하게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인수전에 뛰어들 후보자들이 많다"고 자신했던 것과도 다소 차이가 있다.

현재 KB, 산은, 농협금융 등 대형금융지주사들은 비은행 부문 M&A와 민영화, 조직안정 등 그룹 전략 사업을 추진하는 데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유찰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매물로 나왔다"면서 "공작자금 조기 회수라는 명분에는 공감하지만 인수자 부재, 외국계에 대한 국민여론 등 민영화까지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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