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원 되려면 '강남' 거쳐야 한다?
증권사 임원 되려면 '강남' 거쳐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적 통해 역량 검증…임원승진 확률 높아

[서울파이낸스 양종곤 한수연 기자] 최근 수년간 증권가를 뜨겁게 달군 단어는 '강남대전'이다. 고액자산가들을 유치하기 위해 강남지역 고객 확보에 치중해온 경영전략을 빗댄 말이다. 이같은 전략은 영업점 집중 및 점포 대형화 현상으로 이어졌다. 이에 자연스레 강남지역 지점장이 요직으로 부각됐으며, 임원으로 승진되는 사례도 많아졌다. 

19일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8월말 기준으로 작성한 증권사 임원현황을 살펴보면 KDB대우증권의 경우 임기영 사장을 비롯해, 부사장, 전무, 상무, 상무보, 이사대우, 사외이사까지 52명의 임원진 중 과거 강남지역을 거친 임원은 안휘환 부사장, 배영철 IT센터장, 강찬 커버리지 1본부장 등 3명이다. 서울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7명이며, 이외 호남, 경남 등 비강남권 지역 근무 출신 임원은 6명이었다.

삼성증권 역시 33명의 임원 중 지점장 등 강남지역 근무 경력이 있는 임원은 이병희 前 전략인사실장을 비롯해 6명이다. 비수도권 지역 근무에서 승진된 경우는 해외를 제외하고 국내에서는 한 명도 없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임원 34명 중 김원규WM사업부 대표를 비롯해 총 6명이 강남지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지난 1월1일자로 신규 임원 6명을 선출했는데 전병윤 부사장 등 3인을 제외하고 3명의 임원이 과거 압구정지점장, 청담지점장 등을 거쳤다.

현대증권은 37명 임원 가운데 이현기 강북지역본부장 등 3명의 임원이 강남 지역 근무 출신, 한국투자증권은 강남 지역에 근무했던 인원은 금투협이 제공한 자료상에는 없었다. 강남지역을 거치지 않은 임원들의 경우는 해외 지점 근무나 퇴직연금, 자산관리 등 본사 전문부서 장, 또는 타증권사에서 이직 등이 대다수였다.

앞서 언급한 5대 증권사는 통상 100~120여개 남짓한 지점수가 있다. 이 가운데 절반 가량의 지점이 서울 및 강남권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자연스레 강남출신 임원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전체적으로 강남과 수도권 지역에 지점이 많아 통계적으로 그럴 수 있다"며 "강남 지역 근무 인원을 임원으로 선호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남 지역의 경우 대형 점포가 많아 상대적으로 임원 승진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사 입장에서도 고액 자산가가 많은 강남지역 영업점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강남센터장은 "인사 정책상 강남 뿐 아니라 전지역 근무 지점장에게 기회는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점도 로테이션이 이뤄지는 만큼 20년 근무 동안 3~4번이 바뀌게 되는데 강남 지점을 거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내심 강남으로 가고 싶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며 "강남에는 그만큼 많은 '기회'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