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용 정당 이야기
출마용 정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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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9대 총선에도 참 많은 정당이 새로 생겨나고 단 몇 명뿐이든, 아예 전국구만 공천하는 이상한 그림이든 출사표를 던진 정당이 22개나 된단다. 무소속은 빼고.

가뜩이나 의례적인 선거전초전처럼 이합집산으로 부산한 쪽과 간판 바꿔달며 환골탈태를 선언한 쪽으로 오고감이 하도 요란스러워 정신 사나울 지경인데 참 별스런 정당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구나 싶다.

한나라당이 간판을 새누리당으로 바꿔 달고 나니 그 한나라당의 간판을 다시 쓰겠다는 곳이 없나 새누리당에서 밀린 이들은 그들끼리,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연대로 밀린 이들은 또 그들끼리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니,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니 해서 부산스러운 시간을 거쳤지 않은가.

기독교와 불교 등 종교 간판을 내건 정당들도 생겨나서 그들의 영향력과는 별개로 현 정부 들어 가뜩이나 깊어진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보수 정당 새누리당이 너무 좌편향한다고 다시 우편향을 외치는 정당들도 깃발을 내걸었다.

이들의 영향력이 고르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은 그저 민주정치의 양념 정도로 여겨도 좋을 정도지만 만약 이들 간 세력이 비등해진다면 참 세상 복잡하고 혼란스럽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들 중 선거가 끝나고도 간판을 유지할 정당이 몇이나 될까.

선거 한번 치르고 사라지는 정당은 과거에도 많았다. 정릉 산동네 자기 집 문간에 정당 간판 달아놓고 여러 차례 대통령 출마를 하곤 했던 진복기 같은 이는 매번 출마할 때마다 당 간판이 바뀌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 때 진복기씨와 같은 성북구 내에 대통령 후보만 무려 3명이 나온 적도 있었다. 그 가난한 동네에서 대통령 출마자가 3명이니 관할 관청에서도 꽤는 골치 아팠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그런데 일사분란 한 것 좋아하고 국가 경영을 군대식으로 하고자 했던 박정희 정권에서 의외로 이런 출마자들을 은근히 부추긴 흔적도 찾아진다. 돈 한 푼 못 벌고 판잣집에 살면서 번번이 대통령 출마하는 이의 뒷돈을 과연 누가 댔을까.

물론 대통령 출마자들이 몇몇 기관장실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점심값이나 뜯어가는 일도 있었고 자기네 기르던 개 한 마리 사라진 것도 정치테러라고 소동을 부리는 이도 있었던 웃기는 시절이었지만 그들의 존재를 공무원들이나 질색했지 정권은 오히려 즐기고 있었다는 당시 공무원들의 증언도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들을 수 있다.

위협적인 경쟁자는 없애고자 했지만 그렇다고 일당독재 소리는 면하기 위한 양념 같은 존재로서 그들이 유용했던 것이리라. 훗날 유신국회를 만들고 야당을 분열시켜 허수아비 야당과 파트너십을 맺었던 것을 보면 분명 그러했으리라 여겨진다.

당시 학교에서는 사회시간에 북한의 선거가 일당독재라는 대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들러리 정당을 세운다고 가르쳤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 박정희 정권에게 있어서 실속 없는 대통령 후보는 여럿 나올수록 좋은 그림이 된다고 여겼으리라 보는 것은 설사 다른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무리가 없다.

물론 지금 나서는 정당들이 다 그런 그림틀에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또 아무리 공중파 방송의 절대 충성 구도를 만들어 놨다 하더라도, 메이저 신문들을 확실한 우군으로 삼고 있다 하더라도 박정희 정권이 18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구축했던 절대 권력에는 미치기 힘들 것이니 그런 공작까지 했다고는 보기 어렵겠다.

어떻든 선거 한철에 정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사라지는 지금 한국의 정치는 마치 억압이 풀려나 새로이 민주정치를 해보겠다는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흡사하다. 그렇게 소일거리라도 찾겠다고 나선 이들이든, 무슨 대단한 신념이 넘치는 이들이든 그저 선거를 축제처럼 즐길라치면 나름 구색 갖춘 고명처럼 여겨도 좋으리라.

그런데 이번 선거, 과연 축제답게 치러지고는 있는 건가. 선거는 국민적 신명을 끌어올릴 축제가 돼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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