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싸우는 게 본령
정치는 싸우는 게 본령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치열한 선거전 중이다. 그야말로 전쟁터다. 전쟁에 나설 인물을 뽑는 과정부터가 여`야 모두 치열했다. 이번 4.11 총선의 투표율에 여`야는 물론 대다수 유권자들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상시 대중들은 정치판이 맨 날 싸움만 한다고 불평하곤 한다. 정치는 안하고 맨 날 싸움이나 하냐고 질타하는 메이저 언론들의 논조에 물든 탓이다. 그런 메이저 언론의 논조는 박정희식 행정 편의주의가 정치를 능멸하며 독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유포시킨 전사회적 세뇌교육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가 싸움을 하지 않으면 이미 그건 정치가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투표를 통해 누군가를 뽑는 것은 그가 나와 우리를 대신해서 싸워주기를 바라는 행위 아닌가.

싸움 그만하고 민생을 챙기라고 주문하지만 싸움 없이 민생이 챙겨지길 바라는 것은 몽상일 뿐이다. 적어도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누군가 알아서 내 삶의 질을 높여달라고 주문할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 양극화가 심화돼 계층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릴 때면 계층간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든, 계층간의 통합과 상생을 위해서든 저마다의 입장을 걸고 싸우는 게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나를 대신해 싸워달라고 뽑아줬더니 그 대리인이 저만의 이익을 위해 동분서주한다면 그 때는 유권자가 스스로 나서야 할 것이다. 내가 뽑아준 대리인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든, 원하는 바를 쟁취하기 위해서든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싸움도 싸움 나름이라 악다구니에 서로 멱살이나 잡고 국민 세금으로 구입했을 의사당 집기나 집어던지는 개싸움은 뽑아준 유권자 입장에서 민망한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싸워야 할 때 싸움조차 하지 않는 정치인이라면 그건 직무유기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어느 나라에서건, 어느 때였건 정치는 늘 싸움이었다. 그게 점잖은 말싸움이냐, 장바닥 개싸움이냐는 차이는 있었을망정. 그 싸움이 때로는 정치인들의 생사를 건, 더 나아가 정치인 개인뿐만 아니라 한 집안, 한 정파의 몰락으로 이어지기도 다반사였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멱살 쥐고 흔드는 이즈음의 정치판 개싸움은 매우 인도적이다.

지금도 선거전은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이며 진행되고 있다. 물론 유권자들은 그런 양상의 싸움을 기대하는 투견 도박꾼들은 아니다. 다만 힘에 부친 파이터들이 서로를 물고 늘어지며 속된 표현으로 찌질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일 뿐.

그런데 한편으로는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이전투구의 이점도 있다. 저마다 정책이라고 내놓는 공약들을 일일이 따져보고 챙겨보기도 어려운데 서로가 상대 공약을 비판하고 나서니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보기 수월하다는 게 다행스러울 때도 있는 것이다.

다만 사회적 알레르기를 자극하는 헐뜯기는 좀 피곤하다. 아직도 색깔론에, 신형 북풍까지 60년을 발전 없는 단골메뉴들이 식상하다. 메이저 언론들의 늘 그 타령인 편향보도도 외면하고 싶다.

당내 권력투쟁 과정에서는 과감하게 복지와 재벌개혁을 기치를 내걸며 차별화 선언을 해 메이저 언론 일각에서는 ‘좌경화’라는 표현까지 들으며 우려를 받던 새누리당은 당내 권력이 공고해지면서 한순간에 원위치 해 기존 지지층을 안심시키고 있다. 변하지 않는 그 일관성이 차라리 그들답다. 그래도 적잖은 대중들이 첫 음절만 기억하는 게 아닐까 싶어 선거 결과가 더욱 궁금해진다.

그에 비해 야당은 선거연대의 기치를 내걸고 공천 연대에 이르기까지 곡절도 많았다. 그 바람에 폭넓게 번져있던 반MB 정서에 따른 반사이익을 스스로 갉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모처럼의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던 공천 연대의 과정까지 마친 이후의 변화가 어떨지, 어떤 결과를 낼지도 역시 흥미진진하다.

싸움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이제 할 일은 우리들 삶의 터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나를 대신해 제대로 싸우고 현명하게 타협할 대리인을 뽑으러 시간 맞춰 투표장으로 가는 게 남았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