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치아보험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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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치아보험은 손보사 입장에선 독(毒)이 될 수도 있는, 안정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품입니다. 지급보험금 증가에 따라 보험소비자들에게 '보험료 폭탄'을 안겨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손해보험사들이 올 들어 치아보험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그린손해보험은 지난달 영구치를 충전치료하거나 보철치료시 보험금을 지급하는 치아전문보험 '이가튼튼치아보험' 출시했다. 장기보험으로 출시됐으며 현행 실손의료비에서 보장하지 않는 치과치료비를 집중 보장한다.

롯데손해보험도 이달 초 주요 치과 치료비를 60세까지 종합 보장하는 '롯데 치아보험'을 출시했다. 실손의료비보험에서 보장되지 않는 보철치료와 충전치료를 집중 보장해준다.

그러나 업계 내에서는 치아보험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우선 국내 치아보험의 경우 시장이 열린지 5년 가량에 불과하다. 보험상품의 경우 '통계'가 손해율 산정의 핵심인데 치아보험의 경우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만큼 적정 보험료를 산출하기도 어렵다.

적정 보험료를 산정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보장내용은 충치 등에 의해 때우거나 씌우는, 치과에서 흔히 받는 치료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많이 받는 치료를 보장해줄 경우 보험금 지급 사유가 많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손해율이 올라 계약 갱신시 보험료를 올리면 보험소비자들에게 비난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상당수 보험사들은 고객들의 '모럴해저드'를 이유로 치아보험 개발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의도적으로 분실해 보험금을 지급받는 '휴대폰보험'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도 나온다.

더욱이 치아보험을 출시한 보험사들이 중소사라는 점에서 더 큰 우려가 나온다. 그린손보의 경우 RBC비율 제고가 '발등의 불'인 만큼 고객유치를 목적으로, 롯데손보도 신시장 선점을 이유로 치아보험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경쟁적으로 판매된 상품이 장기보험처럼 손보사의 자본력을 오히려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치아보험에 목말라온 고객들에게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보험료가 올라갈 경우 그 화살은 고스란히 보험업계로 돌아간다.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상요인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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