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억지춘향식(?) 은행장 임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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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권한강화 포석…'주먹구구식' 지적도
"리스크관리 중심의 후계구도 마련 과제"

[서울파이낸스 이종용 서미선기자] 주요 금융지주사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확정된 가운데 '조직 안정'을 명분으로 CEO임기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차기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지만 자회사 경영전략에 부정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경영권 승계 등 성숙되지 못한 후계구도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하나금융, 계열사 CEO 임기 1년씩 축소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는 최근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계열사 CEO의 임기를 각 2년으로 1년씩 줄였다.

전날 외환은행 임시주주총회에서는 하나금융의 '긴급제안'으로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임기를 당초 3년에서 2년으로 줄었다. 이 외에도 최흥식 하나금융 사장 내정자와 김종준 하나은행장 내정자의 임기를 각각 2년으로 종전 3년보다 1년씩 줄였다. 반면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내정자의 임기는 종전과 같은 3년을 유지했다.

하나금융의 이 같은 결정은 차기 회장 체제를 확고히 구축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회장의 긴 임기를 통해 조직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추후 회장을 비롯해 계열사 CEO가 동시에 자리에 물러나는 경영공백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측면에서 'CEO 임기 짜맞추기'가 조직안정을 위한 최선책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CEO의 임기가 줄어들 경우 중장기적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윤용로 외환은행장의 경우 앞으로 외환은행 독립경영 보장기한인 5년 가운데 2년 임기를 보장받았는데, 임기동안 조직안정은 물론 실적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외환은행발(發) 과당경쟁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경영자 간 '힘의 집중'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임기조정보다 다른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 "재임기간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경영효율성 측면에서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KB·우리금융도 'CEO리스크' 잠재

여타 금융지주사들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KB, 우리, 신한금융지주 등도 최고경영자의 임기 만료시 'CEO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는 한동우 회장(2014년 3월)보다 서진원 은행장의 임기(2015년 3월)가 1년 더 길다. 이달 말 임기가 만료되는 서진원 행장은 지난달 23일 개최된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에서 3년 연임을 내정받았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한동우 회장의 임기가 2년 남은 것을 감안해 서 행장의 임기를 한동우 회장과 맞출 것이란 관측이 있었으나, 조직안정과 영업실적을 인정받아 3년 연임이 결정됐다.

이에 한 회장의 임기만료가 가까워질수록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럴 경우 자칫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간 '힘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 다만 신한지주의 경우 경쟁사와 달리 은행-비은행간 그룹 포트폴리오가 다각화 돼 있다는 점은 우려를 최소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KB와 우리금융은 회장과 은행장의 임기만료 시점이 같다. 하지만 이 역시 CEO리스크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회장과 주력계열사인 은행장의 임기가 동일한 시점에서 만료될 경우 조직불안은 물론 CEO 교체 과정에서 외압에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지주사의 경우 올해 12월 대선 이후부터 CEO 교체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2000년대 초 금융지주사가 한국에 등장한 이래 10년이 지났다는 점에서 후계구도 확립이 중대 과제로 등장했다"며 "장기 주주 확보와 리스크 관리 중심의 지주사 전략을 마련해 정치권 등 외풍으로 인한 불안한 경영권 승계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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