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4일자 C일보에는 100년 전통 백악관 기자실이라는 특집기사가 실렸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이 생기게 된 배경과 기자실 내에서 기자들과 대변인간 얼마나 치열하게 신경전이 벌어지는지 현장 상황을 생생히 담아냈다. 제3세계 마이너신문 기자가 보기에는 마치 예전 방송드라마물 하버드대학의 공부벌레들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자 의구심이 일었다. 왜 하필 이 시점에, 왜 하필 기자단 특집인가.
지난 달 21일 노무현시대 언론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노조, 프로듀서연합회 주최로 한국언론재단에서 개최됐다. 여기서 김성호 민주당 의원은 신정부의 언론개혁 방안으로 기성신문 중심의 기자단 해체와 인터넷 신문 기자의 청와대 출입 허용 등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무슨 마음으로 기자단 해체를 제안했을까.
백악관 기자실은 공식 출입기자만 200여명에 앞쪽 자리 48개는 소위 잘 나가는 언론의 고정석이라고 한다. 기사에서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이 묻는다.
좌석배치를 둘러싸고 부시 행정부의 보수성향을 대변하는 폭스 뉴스 등이 특혜를 입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백악관 기자협회장 밥 딘스가 대답한다.
사실과 다르다. 백악관기자협회는 좌석배치가 공정했는지 미리 검토했다. 폭스 뉴스는 그 동안 시청률이 높아져 영향력이 신장됐으므로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은 것이다.
한 마디로 공정하게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그럼 한국 상황은 어떤가.
한국에서 청와대 기자실은 소위 조중동을 필두로 한 유력 일간지가 차지하고 있다. 들리는 바로는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도 서열이 있어 이들 고정석에 해당하는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불러주면 다른 기자들이 받아 적기까지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기득권 지위가 새정부 들어 흔들릴 지도 모르게 됐다.
물론 이 기사를 워싱턴 특파원 단독으로 기획했는지 서울 본사 데스크에서 취재를 지시했는지 알 도리는 없다. 그러나 취재 의도는 너무나 속 보인다.
김대중 정권 초기 C일보는 언론사 세무 조사 등 언론개혁 조치들에 대해 국제언론인협회(IPI)를 끌어들여 한국 언론이 정부로부터 탄압받고 있다며 국제여론을 선동, 난관을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언론개혁이 확실시되는 노무현 정권 초입에서는 백악관기자단협회를 끌어들였다.
비단 이 뿐이라면 확대해석이나 오해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하루 평균 적어도 한 기사 이상씩은 의도가 의심스러운 기사들이 신참 기자 눈에 발견된다. 13일자 신문에는 정권 지지 언론·그렇지 않은 언론 차별대응 우려있는 건 사실이라는 기사가 1면에 실렸다.
뉴스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순전히 데스크의 몫이지만 언론이 正道를 벗어났느냐의 판단은 독자 몫이다. 기자이기 이전에 독자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傷心의 마음이 동시에 교차한다.
기자생활 석 달째 신참. 교묘한 언론플레이에 신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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