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영업 전망공시, '낚시성 허위정보' 전락
상장기업 영업 전망공시, '낚시성 허위정보'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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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달성 기업 30% 불과…10% 이상 괴리
무리한 목표설정이 원인…규제강화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대부분 기업이 연초 영업 목표공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치까지 감안해 목표를 잡는데다 실제 실적과 차이가 크더라도 재재가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에게는 '허울뿐인 공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8일 본지에서 지난해 각 기업들이 연초에 공시한 '영업실적 등에 대한 전망'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인 93곳 중 30%도 못 미치는 29곳만이 연초 목표 이상의 매출액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더 열악해 공시한 65곳 중 17곳만 목표를 달성해 26.15%에 불과했다.

전망치와 실적의 괴리도 컸다. 기업들이 연초 매출액 전망에서 지난해 매출액보다 평균 30% 높게 목표치를 잡았지만 실제로 연말에 나오는 실적은 지난해 수치에서 13.5%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기업이 130억원을 전망치로 제시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13억5000만원의 실적만 거뒀다는 얘기다. 

이처럼 영업실적 전망 공시와 실제 실적의 차이가 큰 것은 대다수 기업들이 자체적인 경제전망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현가능한 수치보다는 그야말로 '목표치'로 접근하는 기업이 많은 것도 원인이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매출 규모가 수백억원 규모인 소규모 기업들에게서 빈번하게 발견됐다. 이번 조사에서도 소규모 기업 15곳은 지난해보다 50%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달성되는 전망치를 공시했지만 결국 이를 지킨 기업은 단 한 곳뿐이었다.

일례로 진매트릭스는 2010년 매출액 21억원, 영업이익은 2351만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초 전망에서 매출액 100억, 영업이익 15억원 제시해 매출액은 5배, 영업이익은 64배 가까이 높여 잡았다.

에너지솔루션도 2010년 40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는데도 지난해 초 매출액이 1000억원이 전망된다며 두 배 이상 높게 잡았다. 아이디스홀딩스는 지난해 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는데도 지난해 223억원의 영업이익이 전망된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영업손실 2억원이었다.

한 중견기업 공시담당자는 "기업에서 올해 매출 전망치를 설정할 때 영업팀은 얼마만큼의 매출을 올릴지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한다"며 "불가능한 전망을 얘기하지는 않지만 목표라는 인식이 있어 높게 잡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이어 "각 기업들은 국내 경제사정 등을 폭넓게 고려해 매출 전망치를 설정하고 있다"지만 "연구기관과 계약을 맺거나 연구 자료를 받아서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관련 제도가 미비하고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실적전망을 높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한국거래소가 실적예측공시 심사제도를 도입해 실재 실적과 전망치가 크게 벗어난 기업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에서만 하고 있는데다 오차율도 매출액은 30%, 영업이익은 50%로 상당히 높다.

규제도 해당기업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불성실 공시법인은 한꺼번에 벌점 5점을 받아 매매거래가 하루 정지되거나 15점이 모여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제재효과가 없다.

이에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실적예측공시 심사제도를 도입한 데다 영업실적 전망 공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공정공시다보니 더 큰 규제를 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불성실과 당국의 규제미비 때문에 영업실적 전망 공시가 쓸모없는 정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주식투자자는 "어차피 맞지도 않는 공시 뭐하러 보겠냐"며 "쓸모없는 낚시성 공시로 전락한지 오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일부 기업들이 화려한 실적 전망 공시를 제시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경우가 있지만 이를 못하게 할 만큼 규제가 강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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