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회담과 한국 정부
北·美 회담과 한국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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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한과의 관계는 불편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국과는 대화를 택했다. 현 정부 들어 급격히 후퇴한 남북관계는 결과적으로 대북 문제에 관한한 한국 정부를 아웃사이더로 전락시켰다.

지난해 여름 남북 비핵화 회담을 시작했다던 현 정부는 남북회담과 북`미 회담을 병행시킨다는 틀을 희망했지만 이번 북`미 회담의 양상을 보자면 통미봉남(通美封南 :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의 대화만을 추진한다는 북한의 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14년 전으로 되돌아 간 것이다.
 
10년의 노력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 것은 종합적이고도 균형 잡힌 외교 감각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를 북핵 문제만을 이슈로 삼아 압박 일변도로 나감으로써 사실상 대화 대신 대립을 불러온 데 따른 것이다. 혹 미국의 대 중동 압박 정책을 보고 배운 것인지는 모르지만 현재 남한의 처지가 미국 따라가기를 할 수준도 아닐뿐더러 인종도 종교`문화`언어 등 이질적인 부분이 많은 저들의 관계와 우리는 매우 다르다는 점도 간과돼 있다.
 
미국은 전쟁을 벌여도 자국 영토 밖에서만 벌인다. 남북전쟁 이후 미국 본토 내에서 전쟁이 치러진 적은 없었다. 2차 대전 때 일본의 공격도 하와이 등 변두리 도서 지역에 국한됐다. 그래서 9.11 사태에 미국인들이 느낀 불안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듯하다.
 
남과 북의 차이는 6.25라는 비극적 전쟁을 치렀다는 치명적 갈등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생존해있는 이산가족이 백만 명에 이르는 비교적 짧은 분단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세계사의 흐름에 따라 언젠가는 다시 하나가 될 한민족이라는 점이다.
 
그런 감상을 접어두더라도 남북관계의 긴장이 고조되어 한반도의 공기가 불안해지면 당장 한국에 투자된 해외 자본들은 이 땅에 사는 우리보다 더 불안해 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현 정부가 왜 그런 점에 대해서는 무신경한지 참 의아하다.
 
남과 북 사이에 다시 전쟁이 벌어지면 공멸해 한민족이 지상에서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터전이 초토화되는 전쟁은 어떤 이유로든 막아야 한다는 데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다 동의할 것이다. 북한이 공멸을 선택할 만큼 궁지로 몰지 말아야 할 이유가 그것이다.
 
물론 현 정부와 그 정부를 지탱하는 보수 세력 역시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북한 핵에 대해 예민하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배고픈 아이 손에 위험한 물건이 들려 있으면 일단 배고픔을 면해주며 달래는 것이 순서다. 물건 안 내려놓으면 밥을 줄 수 없다고 협박하는 것은 경계심에 털을 세우고 있는 배고픈 아이에게 더 큰 경계심을 부를 뿐이다.
 
이번 북`미 회담에서는 일단 양측이 모두 종전 입장에서 적잖은 양보를 했다. 새로 출범한 김정은 체제를 두고 보자는 심사도 있겠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 북한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도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늘 정권 말기에는 북한 문제에 일보 진전을 가졌던 미국의 패턴이 그렇고 이란 문제에 전념하고 싶은 현재의 형편으로 봐서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도 미국의 예상을 뛰어넘는 우호적 그림을 그리고 있어 미국의 초조감이 더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거기 더해 이제까지의 압박 일변도만으로는 심각한 식량위기로 궁지에 몰린 북한이 핵무기를 대외 판매할 가능성이 커질 뿐이라는 점을 우려했다는 흔적도 보인다. 북한이 핵무기의 경량화에 성공한 것 같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회담 성사 소식이 나온 것을 봐도 미국이 무엇을 걱정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일단 미국으로서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가동 중단이라는 성과를 얻었고 북한은 종전보다 실속 있는 식량지원을 얻어냈다. 비스킷 따위로 24만 톤을 지원하겠다던 미국으로부터 옥수수 등 알곡을 포함한 30여만 톤 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북한이 이제 남한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틀은 결국 미국이 지원하면 남한도 따라 지원한다는 것을 공식화시키는 수준 아닐까 싶다. 더 이상 남한과는 핵무기 따위로 얘기할 일 없게 될 테니까. 이건 주권국가를 떠나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할 노릇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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