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추락과 그 파장
그리스의 추락과 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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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추락은 어디까지 갈까. 찔끔찔끔 계속되는 수혈로 그리스는 회생할 수 있을까.
 
그리스와 민간채권단의 국채교환 조건이 나오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두 단계나 낮춰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덕분에 한국까지도 환율이 오르고 주가는 하락했다. 이미 예상됐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반응했다.
 
물론 그리스 뿐 만이라면 그 영향은 미미할 테지만 단지 그리스는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의 연명을 위한 조치로 유로존 전체로나, 역내 각 국가에나 부담이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위험에 직면한 몇몇 남유럽 국가들까지 그리스 수준으로 위기로 진전될 가능성도 크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갈수록 커져가는 투자위험을 경고하느라 이 나라 저 나라 돌아가며 신용등급 강등에 더욱 분주해질 터다. 재정위기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어느 나라 없이 결코 남의 집 불구경이 아닌 판이니 전 지구적인 긴축의 바람이 몰아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한국 같은 경제 구조를 가진 신흥국들의 고통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이런 위기가 기회인 나라도 꼭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는 아마도 중국이 그런 행운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점치고 있다.
 
아직 중국은 소비의 맛에 깊이 중독된 상태는 아니다. 동남부 해안지역 중심으로 소비의 단맛을 들인 이들이 상당하다지만 그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다. 워낙 인구가 많다보니 그래도 그 숫자가 중국을 시장으로 보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수는 아니겠지만.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마냥 안심만 할 형편은 아닌 것 같고 중국 정부도 그런 점에서 꽤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계층적 불균형이 심해 특히 도시로 진출한 가난한 노동자들에게 긴축은 재앙이 될 법하다. 게다가 이제 막 단맛 들인 소수도 참을성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역적 불균형 해소를 위한 사업들을 부지런히 벌인다는 소식이긴 하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낼 일은 아닐 성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간 고도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은 대내적으로는 경기 후퇴기에 연착륙하면서도 지역적 불균형 문제를 완화시킬 대비책을 갖고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런 자신감으로 대외적으로는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기본 30년 단위의 그야말로 장기 프로젝트 아래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런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국이 인접해 있는 작은 나라 국민으로서는 매우 무섭다.
다시 그리스로 돌아가 보면 피치는 그리스의 디폴트가 단기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그 전에도 피치는 이미 국채교환이 진행되면 제한적인 디폴트에 있는 것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 그리스에 대해 이루어지는 지원은 마치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보면서도 중증 환자에게 생명유지 장치를 달아주는 의료행위처럼 보인다. 마지막 숨이 끊어지기 전에 임종을 지켜볼 유족들을 기다리며 억지로 숨만 쉬게 해주는 의료진의 무표정한 선심을 보듯 섬뜩하다.
 
IMF의 잔인할 정도의 처방을 보면 마치 병 치료를 위해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드는 범죄 드라마 속의 사이코 의사를 보는 기분이 든다. 그 처방대로 하면 정부는 대폭 감축된 기구와 인력, 그리고 재정 상태로 인해 굶는 국민도 외면하고 성장 동력을 삼을 새로운 사업 계획도 세울 수가 없어 보인다.
 
과거 우리도 한 번 겪고 넘어간 일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당시 한국은 외화 부족에 의한 일시적 빈혈현상 같은 것이어서 IMF의 잔인한 처방을 감당하고 회복됐다. 그럼에도 그 후유증은 만만찮아 되돌리기도 힘들 정도다. 양극화는 심화됐지만 여전히 IMF의 처방을 신앙하는 이들에 의해 국민 세금으로 키워온 공기업 중에서도 알토란같은 곳만 골라 민영화한다며 국내외 거대자본에게 갖다 바치고 있다.
 
그래서 낯선 나라 그리스의 오늘을 보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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