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동차보험의 포퓰리즘
[기자수첩] 자동차보험의 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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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유승열기자] 요즘 손보업계의 볼멘 소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자동차보험이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휘둘리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금융당국마저 정치권에 휘둘리는 모습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거세진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론 속에서도 '회계연도도 끝나지 않은데다, 자동차보험 부문이 적자여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손보사의 입장을 대변했었다.

이는 지난 2010년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됐을 때의 '보험료 인상에 앞서 자구노력이나 하라'고 했던 모습으로 선회한 것이다.

사실 여당이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보험료 인하에 대한 압박을 가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당국의 방식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당국은 각사에 공문을 보내거나 임원진 회의를 통해 보험사를 압박해 왔다. 그러나 2년 전 손해율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손보사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강하게 내비쳐 보험료를 인상했다.

이번에도 같은 방법을 취할 경우 강한 반대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한 금융당국은 대형사에 한해 인하 압력을 가했다. 대형사의 방침을 중소형사들이 따르는 업계 '관행'을 활용한 것이다.

때문에 애초 업계는 당국의 보험료 인하 의중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 이를 위해 당국 실무자들은 수개 대형사들과 접촉해 인하율을 조율하는 한편 보험료 인하에 따른 중소형사들의 반응을 파악해 왔다는 후문이다.

당국의 이같은 움직임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여진다. 대형사들이 잇따라 보험료 인하 방침을 밝히면서 중소형사들 역시 '울며겨자먹기'로 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험료 인하는 금융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여준 금융당국의 태도는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금융시장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을 책임져야할 책무보다 '윗 분들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모습은 당국 스스로 권위를 깎아먹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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