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 십수년 '제자리걸음'…왜?
외국계銀, 십수년 '제자리걸음'…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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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설립 200년, 150년…한세기를 훌쩍 넘어서는 역사를 자랑하는 글로벌 금융그룹이 유독 한국시장에서만큼은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한국 특유한 사회·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이같은 문화적 차이 좁히는데 CEO들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SC은행, 노사갈등 '발등의 불'

스탠다드차타드 그룹 산하 SC은행은 연일 계속되는 노사갈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SC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경영진의 행태가 노조를 다시 총파업 하게끔 몰아넣고 있다"며 "임단협이 지연되는 와중에 고액배당을 실시하는 등 사측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현재 SC은행은 국내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2010, 2011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권 최장기 파업으로 기록됐던 SC은행 노조파업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진정된 모양새지만, 총파업에 따른 환부는 여전히 봉합되지 않고 있다.

한 SC은행 관계자는 "총파업 이후 파업 참여 노조원들과 그렇지 않은 노조원들 간에 앙금이 남아 있어 서로 말을 섞지 않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며 "노사갈등이 계속되면서 노노갈등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노사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리처드 힐 SC은행장의 경우 벌써부터 연임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힐 행장은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된다. 노조 파업을 매듭짓고 행명변경 및 조직개편 등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데 따른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같은 이유로 노조갈등이 재차 촉발될 경우 힐 행장의 연임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와과련 사측 관계자는 "아직 임기가 1년여 가량 남았고 성과에 대한 평가도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올 연말께 연임 여부가 결론날 것"이라며 "아직은 거취를 거론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최장수 씨티은행장' 무색 

또다른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하영구 행장의 발자취를 거론하지 않고서는 언급하기조차 어렵다. 하 행장은 올해 임기 12년차로 국내 최장수 은행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타이틀에 비해 하 행장의 업적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명성과 달리 한국씨티은행은 십수년째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국씨티은행의 자산규모는 58조9710억원으로 같은 외국계인 SC은행(78조9350억원)보다 20억원 가량, 업계 1순위인 국민은행(258조9425억원)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방은행을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그나마 기업금융과 PB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영향력이 크지 않은 데다 '씨티'라는 브랜드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고액배당 문제로 금융권으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씨티은행은 당국의 고배당 자제에도 불구하고 사상최대규모인 1300여억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했다. 이에 씨티은행측은 "최근 5년간 시중은행들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씨티은행은 국내은행 중 신한은행(18.4%)에 이어 7위(14%)를 기록했다"며 "고액배당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 행장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연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내년 3월 임기만료 이후 5연임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부행장 총 14명 중 10명 가량이 올해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어서 대규모 인사교체에 따른 진통도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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