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겨운' 카드 수수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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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전종헌기자] 최근 가맹점 수수료 문제로 신용카드사와 중소가맹점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중소가맹점의 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를 통과하자 카드사와 가맹점의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차라리 가맹점 수수료 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신용판매에 따른 가맹점 수수료 수준이 정말 카드업계의 말대로 이익이 나지 않는 장사인지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영업기밀인 가격을 공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 발끈하고 있다. 마치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 팔아서 얼마를 남기는지 공개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는 것.

물론 카드사들의 주장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원가를 공개한다는 것은 많은 논란과 더불어 자칫 손해를 보는 결과로 귀결될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유독 가맹점 수수료가 수년간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그 논란을 끝내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높은지 아닌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갈등과 더불어 시장에서 카드사용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금융당국이 체크카드 사용을 독려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중소가맹점 수수료율 결정 권한을 금융위에 부여한 여전법 개정안은 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가 더 이상 이익이 남지 않는 장사라고 주장하는 카드사와 그렇지 않다고 보는 가맹점 간의 오랜 논쟁은 '시장경제'라는 논리로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손정식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사실 적정가격이란 해당 상품에 대한 개인의 가치판단이 들어가는 규범적(normative) 개념이어서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보편적인 '적정 가격'을 정하는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격의 적정성은 늘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수수료 원가가 공개된다고 해서 논란이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카드사의 주장대로 가맹점의 요구가 무리한 수준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수준을 찾아갈 수 있다. '손해보는 장사'를 요구하는 몰상식한 가맹점과 소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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