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민연금 무늬만 '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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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범위를 놓고 찬반여론이 가열되는 가운데 당사자인 국민연금은 '해묵은 논쟁'으로 치부하며 원칙론만 내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문제가 부각된 것은 지난 13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전문위회 의원 2명이 사임하면서부터다. 이들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사외이사 선임건에 대해 의결위가 '중립'이라는 결정을 내린 점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사임을 결정했다.

'중립'은 국민연금이 자신을 제외한 주주들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점을 의미한다. 결국 최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건은 통과됐고 시장에서는 '재벌 편들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사실 국민연금의 주주권은 새로울 것 없는 이슈다. 지난해에도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오는 3월부터 주주권 행가 기능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대기업에 대한 견제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는데 최근 SK그룹과 한화 등 CEO리스크로 설득력을 얻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시즌에서도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당초 지침에 따를 뿐이라며 단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는 모습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경영권과 주주권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지분 5% 투자할 때 제도상 '경영 참가', '단순 보유'로 지분참여 목적을 밝히게 되는 데 국민연금은 모두 '단순 참여'라고만 명시했다. 재무적 투자자일 뿐 경영권 참여는 목적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나금융 지주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제의, 하이닉스 주주권 행사 문제도 모두 경영권이 아닌 주주권 범주에서 나온다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이다.

그렇다고 주주권에서는 합격점을 받고 있는지 또한 의문이다.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거수기 논란이 이를 뒷받침 한다. 경제개혁연구소의 '2011년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현황'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안건 2770건 중 5%인 152건에만 반대표를 던졌다.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할 일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단순히 반대율이 높다고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고는 보기 어려우며,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반대표 행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여론은 점차 가열되는 양상이다. 시민단체와 학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시민단체는 대기업 견제 장치로서 보다 강력한 주주권 행사를 요구한 반면, 학계에서는 현실적 방안은 보편적인 주주권에 머물러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날 보고서를 통해 남태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주주관 확의 방향을 보편적이고 수동적인 주주권이라고 할 수 있는 의결권 행사 강화에 집중해야한다"고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하이닉스 이외에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POSCO 등 대기업의 최대주주 역할을 맡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6월말 기준으로 5%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 수도 157곳에 달한다.

국민연금은 전체 주식시장 5%가 넘는 '큰 손'으로 군림하며 소위 '갑' 행세를 하고 있지만, '여론'과 정체성 사이에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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