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 기로에 선 사외이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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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강현창기자] 상장사의 사외이사는 사회 각 분야에서 어느정도 인지도를 갖춘 인물이 선임된다. 명예 뿐만 아니라 금전적인 혜택도 상당하다. 본인의 직업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사회가 열릴 때만 참석하는 대가로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의 연봉도 받을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도 뒤따른다. 대주주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사전에 방지하고 기업의 중요한 결정에 있어 문제점은 없는지 감시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증시에서 사외이사라는 존재는 '허울 좋은 자리'로 낙인찍힌 것도 사실이다. 주요 상장사의 주주총회에 가보면 '몸이 아파서', '다른 일이 바빠서', '그다지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서' 등의 이유로 텅 빈 사외이사席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대주주를 견제하기 보다는 그들과 손을 잡고 단순한 '거수기' 역할에 그치거나, 정관계 인사의 로비창구 역할을 자처해 문제가 발생키도 했다. 급기야 법조계에서는 사외이사에 대한 기능상실을 설정하고 준법지원인이라는 제도를 통해 법조관련 인력이 상장회사들의 경영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사외이사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입법예고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이어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 내부통제에 관한 모범규준'(모범규준) 확정·발표를 앞두고 있다.

해당 제도들이 시행되면 지주회사 임직원의 자회사 사외이사 겸직이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도 분리선출방식을 따라야 한다. 그동안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되던 '대주주에 대한 동태적 적격성 심사제도'도 증권사 등 다른 금융기관에 모두 적용되게 된다.

반면 CEO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선출과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자격요건·선임절차를 규정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개별 임원보수 공시 방안이 빠진 점도 숙제로 남는다.

마침 지난 13일 하나금융지주가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량 보유 중인 다른 금융그룹과 일반 상장사가 상당히 많다는 점에서 이번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화만큼 국내 사외이사제도 역시 변화의 기로에 섰다.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지 14년이 흐른 만큼 이제는 제 역할을 찾아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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