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텔러 10년 안에 사라진다?
[기자수첩] 은행텔러 10년 안에 사라진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이종용기자] "앞으로 10년 내 없어지는 직종 중 하나가 바로 은행 텔러일 것입니다"

금융IT 혁신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한 패널은 이처럼 단언했다. 앞으로는 점포 안에서 내근하며 고객을 맞는 텔러보다는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해 외부 출장영업 형태의 이동식 영업방식이 주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국내 은행권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현실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민은행은 상반기 스마트브랜치(Smart Branch)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 지점에서는 스마트기기들이 셀프영역에 배치돼 배치돼 기존 창구직원들의 업무를 대체하게 된다. 창구직원들은 예약제로 상담역할만 맡게 된다.

여타 은행들도 비슷하다. 신한은행은 직장인들이 몰려있는 빌딩가와 대학생들이 다니는 대학가에 소형 점포를 놓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고객이 계좌신청을 하면 원하는 시간에 실명확인 전담 직원이 찾아가는 상품을 내놓았고, 기업은행의 경우 점포를 늘리는 대신 공중전화와 연계한 ATM기기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 업무는 IT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스마트' 하게 변해가고 있지만 국내 은행의 인력구조만큼은 이와는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다수 은행들은 중간층 인력이 비대한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 과장급 이상의 관리책임자들이 사원보다도 많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줄이면 되지만 노조 반발 등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규모 비용부담을 안고 희망퇴직을 단행해도 신청자가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 국내 경기가 좋질 않다보니 '일단 버텨보자'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전언이다.

이런데도 시중은행들은 매년 대규모 채용계획을 내놓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7000여명을 채용한다. 물론 유능한 인재발굴이 목적이지만 청년실업에 기인한 정부 압박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사회초년생들 역시 고연봉에 복지까지 '훌륭한' 은행원이 되기 위해 좀더 나은 스팩을 쌓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입행원들의 수준이 워낙 높아 능력에 맞는 부서를 찾아줘야 할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책임자급마저 창구에서 업무를 보고 있으니 젊은 행원들의 괴리감을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연말연초 일회성 인사 이벤트로는 비대해진 조직을 날씬하게 만들지 못한다. 인력을 줄이기 힘들다면 수익구조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먹거리라도 만들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지난해 노조에 굴하지 않고(?) 일부 영업점을 과감히 폐쇄한 SC은행의 사례가 향후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