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소송 관전 포인트
삼성家 소송 관전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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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잊혀질만하면 한 번씩 이슈를 터트려 주목받고자 하는 정치인이 등장했나 싶더니 재벌가에도 그런 이가 있었음을 깜빡 잊고 있었다. 삼성의 치열하면서도 은밀하게 진행되던 후계자 싸움에서 밀려난 창업자 故이병철씨의 장남 이맹희씨.

꽤 오랜 기간 세인들의 관심권 밖을 떠돌던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맏형 이맹희씨는 80년대 중반, 후계자 싸움이 마무리된 후 ‘비운의 황태자’라 불리며 삼성그룹 경영권에서 밀려나 유랑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1993년에는 삼성그룹과 동생 이건희 회장을 매우 불편하게 한 책 두 권을 내놓고 세상의 관심을 끌더니 이번에는 아버지의 차명 재산을 혼자 독식했다고 동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 때문에 삼성그룹은 물론 이맹희씨의 아들 이재현씨가 회장으로 있는 CJ그룹도 당황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그만큼 느닷없다는 느낌이 크다는 얘기일 터다.

한쪽에서는 소송 보도가 나고 며칠도 안 돼 양측의 적정한 타협에 의한 소송의 조기종결 가능성이 보도되고 있다. 일단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이맹희씨 측이 승소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만 소송을 오래 끌수록 그룹 이미지에 상처를 주게 될 것을 염려해 서둘러 타협하려 할 것이고 이맹희씨 입장에서는 거액의 소송비용을 감당할 형편이 아니어서 본격적인 소송까지 진행해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건희 회장 측에서는 차명재산에 대해 상속인들이 협의해서 이 회장 소유로 하기로 했다고도 하고 이미 소송을 낼 수 있는 제척기간 10년이 지났다는 주장도 한다는데 일단 이맹희씨는 그런 협의가 없었다, 삼성생명 명의 변경은 2008년 12월에 있었으므로 제척기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그러니 승소 여부는 정말 재판까지 가봐야 알 일이고 양측 변호인단의 능력이 드러나는 싸움이 될 사안일 성싶다.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CJ그룹에서도 소송 취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지만 어차피 이맹희씨로서는 CJ그룹과도 사전에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진행한 소송이어서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일단 이번 소송가액만 7천억 원이 넘어 포기도 쉽지 않겠지만 소송비용 문제라면 베이징에 있다는 그의 140억 원 가량 한다는 별장형 빌라를 걸고라도 못할 일은 아닐 성 싶다.

싸움의 양태를 보면 우리가 북한의 후계구도를 보도하면서 쓰던 용어들이 삼성가 갈등 보도에도 고스란히 쓰이는 듯해 ‘삼성왕국’이라는 세간의 평을 거듭 환기시켜 준다. 삼성은 대한민국 안의 또 하나의 왕국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권력을 창출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인지는 보는 이들의 관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후계자가 되지 못한 그룹 총수의 맏아들을 ‘비운의 황태자’라고 부르는 매체의 보도 양태는 얼마전 북한 김정남에 대해서도 같은 표현이 사용됐던 것만은 누구나 기억할 터다.

그런 삼성왕국 형제간의 싸움이니 이목이 집중될만하다. 그러나 세상의 관심은 형제간에 누가 얼마를 더 상속 받느냐 마느냐가 다는 아니다. 소송을 낸 이맹희씨의 당초 목적이 무엇이었든 상관없이 이번 소송은 삼성가의 유산 상속문제에 대한 많은 문제점을 들춰낼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 당사자 간의 소송이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 되느냐 하는 것과는 별개로 차명 은닉됐던 故이병철씨 재산의 실체를 어떤 방식으로든 확실히 파악하고 드러내야 사회적인 마무리를 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을 이끌어간다는 자부심에 가득 찼던 이건희 회장의 이전 그룹 내 ‘말씀’을 기억한다. 그런 삼성그룹이 거액의 차명재산을 이용해 기업지배를 강화하다가 형제간에 재산상속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그 많은 재산이 네 꺼니, 내 꺼니 하고 싸울 대상이라는 사실에 서민들은 짜증이 솟구친다.

검찰도 정권교체기의 정치권에만 관심 쏟을 게 아니라 한국 최대 재벌의 차명 재산이 다 드러난 건지 제대로 수사하는 모습 좀 봤으면 좋겠다. 재벌 총수 감옥 가면 나라 경제 망한다는 헛소리는 그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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