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C등급'이 어떻게 히든챔피언?
[기자수첩] 'C등급'이 어떻게 히든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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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한국거래소의 '히든챔피언' 선정을 둘러싸고 뒷말이 무성하다. 숨어 있는 '우량기업'을 시장에 알리고자 하는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의 경우 실적부진에 주가마저도 지지부진하다.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여의도에서는 히든챔피언 대상 기업 CEO들과의 미팅 자리가 있었다. 히든챔피언 선정 평가에 반영되는 공식적인 자리였다고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일부 증권사 연구원은 특정 기업에 소신껏 'C' 등급을 부여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결국 히든챔피언에 선정됐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당 기업과 한국거래소가 '특수관계'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히든챔피언에 선정되고도 시장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연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중기청과 수출입은행도 업무를 공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시장을 보는 눈'에서는 증권사 연구원에 밀릴 수밖에 없다.  이와관련 거래소측은 점수배분 방식에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증권사 연구원들의 평가 비중이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것.

선정 이후 사후관리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한번 '히든챔피언'은 영원한 히든챔피언라는 명제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0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29개사는 이듬해인 2011년에도 히든챔피언으로 재선정됐다. 8개사만 추가로 늘어난 셈이다.

이 때문에 수년 이후에는 국내 중소기업들 모두가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9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된 '세실'은 감사의견 거절로 지난달 1월 상장폐지 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의 경우 공적기능을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히든챔피언 선정과정에서의 오류는 결국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폐지론, 제도개선론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거래소는 히든챔피언 제도를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히든챔피언 제도가 도입 3년 남짓 됐다는 점에서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챔피언은 감추지 않아도 언젠가는 빛을 발한다는 측면에서 '차라리 거래소가 나서지 않는 편이 투자자들을 위한 길'이라는 지적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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