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정부·카드사 헛물?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 정부·카드사 헛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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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들 "1차 고객은 가맹점인데 카드사·소비자만 혜택"
카드사 "수수료, 세금정산, 마케팅 등 상생 방안 찾겠다"

[서울파이낸스 전종헌기자]"(가맹점 수수료 인하 혜택) 중소가맹점의 범위를 9600만원으로 하나 2억원으로 하나 5억원으로 하나 그 효과는 똑같아요. 콩나물 장사하는 사람 카드 안 받아요."

"찌게거리 3000원짜리 사고 카드 내밀고, 전통시장 고객의 80%가 단골고객이라 고객관리 차원에서 안 해 줄 수도 없어요."

"카드 수수료에 세금까지 떼면 2만원 긁어 1만7220원 남습니다."

전통시장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정부와 카드사의 전통시장 카드 수수료 인하 대책의 현 주소다. 상인들은 정부와 카드사가 전통시장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카드 수수료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주장한다. 입이 타들어가고 속이 답답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카드대책에 소비자와 카드사는 있되 1차 고객인 가맹점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 19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맨 오른쪽) 및 카드업계 관계자 등은 신원시장을 방문, 온누리 상품권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19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 회장을 비롯해 삼성, 롯데, 하나SK카드 관계자 및 김경배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장 등 상인협회 대표들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소재 '신원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이들은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으로 설 성수품을 구입하고 가맹점 수수료의 실질적인 인하 효과 및 현실적인 전통시장 가맹점 수수료 등을 직접 점검했다.

이에 앞서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영세 상인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시간도 가졌다.

▲ 이두형 여신협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 회장(맨 왼쪽)과 신원시장내 분식집을 방문, 상인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특히, 상인 대표들은 금융당국과 카드사의 전통시장에 대한 현 카드 대책에 대해 적지 않은 의문을 나타냈다. 전통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들만 쏟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올해부터 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맹점의 범위를 2억원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과 관련, 문제를 잘 못 짚었다고 꼬집었다.

한 상인협회 대표는 중소가맹점의 범위 확대는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중소가맹점의 범위가 과거 연 매출 9600만원 할 때나 현재 2억원으로 확대되거나 5억원으로 더 확대 되더라도 그 혜택은 모두 똑같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서 콩나물 장사하는 사람이 카드를 받겠냐는 논리다.

신원시장에는 120개 점포가 있으며 이중 60개 점포가 카드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다. 구매 금액이 제법 되지 않으면 카드를 내도 카드는 안 된다고 딱 잘라 말한다. 카드 단말기가 없거나 있어도 내놓지 않는다고 신원시장 한 상인은 귀띔했다.

실제, 본지 기자가 신원시장 내에 있는 빵집, 반찬가게, 떡집, 야채가게 몇몇 곳을 들러 카드를 받느냐고 물었는데 상인들은 카드는 안 받는다고 말했다. 카드 결제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카드 수수료 인하의 혜택도 거의 없을 것 같다.

▲ 카드업계 관계자들과 상인대표들이 모여 가맹점 수수료 등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수수료 자체보다는 전통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도록 정부와 카드사들이 마케팅 등을 연계해 줄 것을 요구하는 상인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상인 대표는 "시장에서 상품권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전개하는데 10만원 상품권을 구입하면 1만원권을 덤으로, 20만원 상품을 구입하는 2만원권을 더 주더라도 카드로 결제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떼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설 전에 시장에서 상품권 6000만원 발행했는데 5일간 다 팔렸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피부로 느끼고 직접 구상해 실시한 마케팅은 시장에서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와 카드사가 상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는 대책이 나올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대목으로 보여진다.

전통시장의 특성상 주차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이 관계자는 "시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교통 수단이 대부분 도보"라며 "마을버스가 시장 입구 등에 정차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면 좋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 관계자들은 "상인들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수료, 세금정산 등 같이 협력하도록 노력하겠다. 재래시장 마케팅을 전개해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고 화답했다.

이두형 여신협회 회장은 "이번에 카드업계가 수수료 체계를 손보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곳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신협회 및 카드업계는 대형마트 등에 밀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전통시장 영세 상인을 보호하고 정부의 전통시장 육성 및 활성화 정책에 부응하고자 매년 2억원 이상(연 2회 설, 추석)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을 구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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