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드] 거래소 공시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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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일반적으로 주식투자자들은 공시가 기업 전반 모든 경영사항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금감원과 거래소의 공시 등을 활용해 기업 경영 및 위반, 제재 사항 등을 파악한다.

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법률 상 차이로 금감원과 거래소가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특히 다수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이를테면 공시의 '사각지대'다.

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9개 기업집단 비상장 소속회사(284개)에 대한 공시 이행여부를 점검해 161개사의 공시 제도 위반으로 2억38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및 경고조치를 내렸다.

이에 공정위는 적발된 비상장 회사들의 위반 사실에 근거해 GS, 포스코, 한진, KT, 금호아시아나, 한국철도공사, 현대중공업 등에 제재금을 물렸다. 문제는 이들 중 절반 가량은 거래소 공시 대상인 상장기업들이지만 거래소는 위반을 적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들 기업의 주 위반 유형을 살펴보면 손익현황, 이사회 등 운영현황, 계열사간 상품 용역거래 내역 등의 일부 누락 및 금액 오기, 실수 등이었다. 이는 분명 해당 기업 경영에 중요 사항이다. 하지만 위반과정이 비상장 계열사간에 발생했기 때문에 거래소는 제재권한이 없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는 공정위와 달리 거래소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상장 기업의 경영 사항만 들여다볼 수 있다. 때문에 대기업과 대기업 계열사 공시에 대해 문제가 발생해도 거래소의 감시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사실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해 공시점검에 나선 데는 거래소 공시의 허점을 보완하자는 측면에서 나왔다. 공정위의 공시점검은 지난 2004년부터 재벌계 비상장, 비등록기업의 정보가 일부만 제공된다는 시장 요구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대기업들이 계열사를 이용해 그룹 경영 구도에 나서 상장사와 같은 감시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시장에서 제기돼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역(逆)'의 관계도 발생한다. 대기업의 계열사가 상장법인인데도 공시대상에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경제개혁연대는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바로 하이닉스 인수설과 현대자동차그룹의 녹십자생명인수건에 대한 거래소의 조회공시다.

지난해 7월초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설에 대해 거래소는 (주)STX, (주)LG, SK(주), (주)효성 및 동부씨앤아이 등 5곳의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에 SK(주)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지만, 조회공시 다음날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추진 소식이 전해졌다.

또 지난 8월말 현대자동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 사례 역시 현대자동차에 인수 추진 보도를 요구했고 '검토한바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가 인수계약을 발표했다.

두 사례 모두 그룹사를 상대로 조회공시를 하다보니 계열사들과 관련된 사안이 나와도 공시의무 위반에 해당되지 않아 거래소는 따로 제재에 나설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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