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헤지펀드, 손발 묶어놓고 싸우라는 격
[기자수첩] 헤지펀드, 손발 묶어놓고 싸우라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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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23일 한국형 헤지펀드가 첫발을 내딛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출범 직후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패를 가늠하기에는 어렵지만 업계의 당초 예상과 적잖은 괴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우려로 급전직하 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사실 이번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장이 오르면 벌고 떨어지면 손해를 보는 천수답식 투자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경우 지수가 제자리이거나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 때문에 헤지펀드의 도입은 '양방향 투자'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정은 달랐다. 한 달 전만해도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던 상품설정액 규모는 3분의 1 이하(15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헤지펀드의 운용방식도 '안정적' 기조로 바뀌면서 기대 수익률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일선 영업점에서도 헤지펀드에 대한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전언이다. 그마저도 원래 헤지펀드에 관심이 있던 투자자들이 분위기 파악 차원에서 '슬쩍' 물어보는 게 대부분이다.

이같은 분위기가 조성된 원인은 간단하다. 정부의 규제 때문이다.

정부는 자산운용사의 자격 제한은 물론, 최소가입금액 설정(5억원)에 레버리지 규제도 400%로 제한했다. 헤지펀드 출범은 용인했지만 운용사들의 '손발을 묶어 놓은 셈'이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시스템 안정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촘촘한 규제를 출범과 동시에 지우는 게 합리적인가 여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애당초 당국도 글로벌플레이어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헤지펀드를 도입했다. 그러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운용사들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내몰린 형국이다.

급기야 시장에서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내수위주의 일반 펀드와 무엇이 다르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형 헤지펀드가 단순히 역내 규제 때문에 고사되는 일이 발생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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